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노·정간 이견을 빚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법안에 대해 “기업이 기간
제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일정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임금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줘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은 법안을 둘러싼 노·정대립에서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14일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2개 법안(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에 사실
상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우선 기간제 법안은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을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
용토록 했다. 사용기간도 일정기간으로 묶고, 이를 위반하면 정규직과 같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토록 했다.

국회 계류 중인 정부법안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기간 초과시 해고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노동계는 사용기간이 아닌 사용사유를 제한해 비정규직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인권위는 아울러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문화해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파견근로자 역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문화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을 고려해 일정 비율 이상
을 보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노동 3권’ 보장 방안
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해 핵심적이고 중요한 방향을 제시
했다”며 환영했다. 반면 경총은 “인권위 권고대로 법안을 수정하면 노동시장이 경직돼 결국 실업을 양
산하고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주·장관순기자 s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