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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입쌀 9월부터 식탁에…중국산 과일도 수입
“쌀에 이어 중국산 사과, 배까지 개방하면 농민들은 죽으란 말이냐!” 정부는 12일 쌀 관세화 추가 연 장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이행계획서 수정안 공식 인증 결과를 공개했다. 수정안의 핵심은 쌀 관 세화 유예를 10년 추가 연장하는 대신 올해 4%(20만5천t)인 쌀 의무수입 물량을 매년 일정하게 늘려 2014년에는 기준연도(1988~90년) 국내 평균 쌀 소비량의 7.96%(40만8700t)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무난했다. 그러나 수정안과 함께 맺은 중국과의 양자 부가합의 사항이 문제로 떠올랐다. 정 부는 중국과 기존의 양벚(체리) 외에 사과와 배, 열대과일인 롱간과 여지(리찌) 등 4종의 과일에 대해 식물검역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신속하게 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쪽은 양자 협상 과정에서 쌀 관세 유예 에 합의해 주는 대가로 4종의 과일에 대한 검역 절차를 신속하게 하도록 압력을 가해 관철한 것으로 전 해졌다. 이런 내용은 이날 수정안 발표 때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뒤늦게 확인됐다.
쌀 관세화 유예연장…수입10년간 4→7.96% 국회비준땐 중국산 사과등 4종 ‘우르르’ 정부 “검역강화” 밝혀도 과수원 농심 팍팍
이미 3단계 검역에 들어간 중국산 양벚과 열대과일은 국내에서 생산이 안 돼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각 각 국내 과실 생산량의 14.8%와 18.7%를 차지하는 사과, 배는 사정이 다르다. 빨라진 검역절차를 타고 밀려들 중국산 사과와 배가 국내 시장을 유린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풍토가 비슷하고 거리 가 가깝다. 노동력도 싸다. 그만큼 싱싱하고 맛이 비슷한 중국산 사과와 배가 싸게 들어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재길 통상교섭본부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담당 대사(정부 대표)는 “이번 조처로 검역 기 간이 다소 단축될 수는 있겠지만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기준을 완화한 것이 아니어서 국내 과수시장에 끼 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농림부의 관계자도 “과일마다 8단계의 엄격한 검역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며 “짧게는 3년, 중장기적으로는 5년 혹은 10년이 걸려 당장 ‘발등의 불’은 아니다”라고 말했 다. 그는 “만약 중국산 사과에 ‘지중해 파리’ 등 곤충과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적발되면 수입금지 등 철저한 검역 단속을 펼 것”이라고 다짐했다. “도하개발의제 협상을 감안할 경우 불가피한 측면” 이 있지만 정부가 운영의 묘를 통해 최대한 농민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신속한 검역이라는 중국의 요구를 받은 것은 사실상 수입 장벽을 제거 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경북 최대의 사과 주산지인 의성군 옥산면 정자리에서 3천평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부수(45)씨는 “정부가 검역을 강화해 막겠다고 하지만 중국이 철저한 대책을 세워 대응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고 말 했다. 6천평의 사과농사를 짓는 이 마을 김학천(43)씨도 “자유무역협정에서 사과가 제외돼 한숨 돌렸는 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최근 쌀농사가 전망이 안 보여 대거 사과농사로 몰리는 바람에 묘목 값이 1년새 3배나 급등했다”고 낙담했다.
전국 배 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전남 나주시의 배농가들도 우려 일색이었다. 금천면에서 1만5천여 평의 배농사를 짓는 박재복(51)씨는 “지난해 10월 이웃 2명과 함께 산둥성 일대 배농장을 둘러보고 국 내산과 똑같은 ‘짝퉁 배’가 대량으로 생산된다는 소문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특히 30만~40만평씩 되는 대규모 농장에서 우리와 똑같은 배를 따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산 배 값이 국내산의 9분의 1에 불과해 문이 열리면 한국 과수 농가는 절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입쌀과 과일의 유통 방법이 다르다는 점도 이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쌀은 국영무역 방식을 통해 조 달청과 농산물유통공사가 외국산 쌀을 매입해 도매상에 낙찰한 뒤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과, 배 등 과일은 민간업자가 관세만 치르면 무제한으로 도입할 수 있고, 가 격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다. 저가격 공세를 막을 방안이 없는 상태다.
한편, 이번 기회에 품질을 고급화해 국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 다. 한규택 나주시농업기술센터 배원예과장은 “오히려 중국의 상류층을 겨냥해 국내산 배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유통을 현대화하고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성봉 기자, 나주 의성/정대하 박영률 기자 sbha@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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