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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 '알바'까지 등장‥위화감 조성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 "애가 학교 다니는지 내가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서울교육청이 지난 달 '학부모의 급식 당번을 자율화하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지만 일부 학 교에서는 암묵적인 강요에 의해 학부모들이 여전히 반강제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급식 당번을 자율화했더라도 청소 당번과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해야하는 학부모의 부담은 거의 개선되 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나 편부 또는 조부모가 초등학생을 키우는 가정, 장애인 부부의 아이들은 학교에 기여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교사로부터 차별대우를 받고 동급생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례가 생겨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말뿐인 자율화, 암묵적 강요' = 올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서울 불광동의 주부 박모(30)씨는 최 근 학부모 총회를 다녀온 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육청의 지시로 의무급식 당번제가 폐지됐지만 누군가는 급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지난 달 말 이 문제로 학부모 총회를 열어 급식당번 배정표를 나눠줬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부모 총회에서 교감이 "강제적으로 오시라는 건 아니고 시간이 되시는 분들께서 고맙게도 오셔 서 봉사하고 있다. 아주 고마운 분들이다"라는 말을 들은 박씨의 고민은 더 커졌다.
박씨는 "교감과 별도로 교장도 '학부모가 급식 당번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학부모가 대안을 마련 하라니 말이 되나. 급식 당번을 나가지 않으면 아이가 '찍힐까'하는 걱정에 무언의 압박을 느낄 수 있었 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둘째 아이가 두 돌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박씨는 큰 아이의 학교일 때문에 나이도 채 차지 않은 둘째 를 불안하지만 어린이집에 맡긴다고 했다.
박씨는 "급식 당번이 한 달에 두 번, 녹색어머니회, 학교 도서관 봉사도 있고 어머니 회의도 종종 있는 데다 수영장 안전사고 예방 도우미도 분기에 한번 꼴로 맡는다"며 가중한 '학교일 떠안기'에 강한 불만 을 토로했다.
박씨의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선 교육청에서 강제 급식당번을 금지하자 2학년생에게 자율배식을 연습 시켜 봤는데 아이들이 밥을 푸기엔 밥주걱이 너무 커 결국 자율급식을 포기했다.
◆ 급식당번 '알바'까지 = 딸이 부천의 한 초등학교 2학년인 회사원 강모(33)씨는 얼마전 급식 당번을 직접 감당할 수 없어 청소 당번 아르바이트를 전문으로 하는 한 여성을 일당 3만원에 고용해 학교에 보 냈다.
강씨는 "회사일 때문에 급식 당번을 못 나갔더니 담임으로부터 '00(딸이름) 어머니만 안 나오셨다'라고 전화가 왔다"며 "안 나가면 딸에게 불이익이 있을까봐 어쩔 수 없이 학교 인근 문구점 아주머니에게 돈 을 주고 급식일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요즘 맞벌이 가정이 허다한데 도대체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급식부터 덜컥 시작한 교육당국 과 학교는 생각이 있는 건가"라고 짜증을 냈다.
아이를 볼모로 학부모의 주머니를 교육당국이 교묘히 털고 있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급식 당번 '알바'를 하는 부천의 한 할머니(70)는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시30분까지며 1만3천원을 주면 된다"며 "녹색어머니회와 어머니회 참석이 아니면 다른 당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D초등학교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이러한 '대타'가 성행하자 아예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한 달에 6천원씩 걷어 급식 담당자를 고용했다.
강남구의 G직업소개소 관계자는 "일당은 3만원이고 월급제로도 가능하다. 고용되는 사람은 대부분 식당 경험이 있는 40대 아주머니다. 바쁜 학부형이 많아 이런 아르바이트 알선이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초등학교는 가정통신문에 아예 급식ㆍ청소당번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적어 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의 아버지 최모(34)씨는 "급식당번은 순수한 봉사이고 아이들이 학부모의 봉사를 보 고 배우는 교육도구로 잘 쓸 수 있는데 오히려 학교에선 이 좋은 기회를 무의미하게 변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왜 너희 어머니는 안 오느냐'고 교사가 아이에게 면박을 준다는데 자율적이고 봉사정신이 깃 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 결손가정 위화감 조성 우려 = 이 같은 급식ㆍ청소 당번은 대부분 아이의 어머니가 담당하다 보니 편 부 가정이나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위화감과 소외감에 '풀이 죽어' 지내고 있다.
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형 전모(31)씨는 "아이의 반 친구 중에 할머니 손에 자라는 아이가 있 는데 할머니가 연로해 급식당번ㆍ녹색어머니회를 못나오니까 담임교사에게 '찍혀' 학업도 부진하다는 얘 기를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학부형이 장애인인 경우엔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의 S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모(32ㆍ여)씨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이씨는 "급식당번을 안 나갈 수 없어 친정 어머니나 여동생에게 부탁하기도 했는데 국가가 해야할 일을 학부모에 떠넘기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당번이 돌아올 때마다 아이가 보채는 바람에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교가 왜 이런 마음고생과 자괴감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아이가 느낄 소외감이 가장 마음이 걸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hskang@yonha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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