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돋보기]④인사동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2-15 오전 9:28:00
손때 묻은 골동품이 그득시간도 멈춘 휴식의 공간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천상병의 시
`歸天` 중에서)서울 인사동의 좁은 골목 사이를 비집고 빼꼼히 얼굴을 내민 간판 하나를 보고 문득 시
한 구절을 떠올렸다. 지금은 고인이 된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찻집 `귀천(歸天)`이다.

종로구 안국동 로터리에서 종로2가 방향으로 길게 뻗은 인사동 길은 마치 도심 속에 정체돼 있는 `시간
의 섬` 같다. 무엇이든지 빠르게, 빨리 해치우는 데 익숙한 현대인일지라도 점심시간 틈을 내 타박타박
걷고 싶은 거리. `느리게 살기`의 미학이 살아 숨쉬는 이곳에선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에 눈을 흘기는 것
이 더 자연스럽다.

조선시대 미술활동의 중심지였다는 인사동은 `고서적 및 골동품상의 밀집 기간`이던 1930년대를 거쳐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현대 상업 화랑이 여럿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특히 "저걸 한
손에 쥘 수 있을까"싶게 커다란 붓이며 표구 안 된 글씨들, 손때 묻어 반질반질 윤기 흐르는 골동품
들…. 그런 점에선 중국 베이징의 전통문화거리 `유리창`과 닮은 꼴이다. 물론 그 규모에 있어서는 비견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말이다.

연방 `원터풀(Wonderful)`을 내지르는 푸른 눈의 외국인 사이를 비집고 골동품 구경하기에 진력이 날
때 즈음엔 인사동 네거리에 있는 한미은행 앞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구한말인 1905년 11월 30일 을사조
약 무효를 주장하던 민영환이 바로 이 장소에서 자결의 길을 선택했다. 은행 앞인 만큼 많은 인파가 오
가지만 그를 기리는 기념물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오랜만에 가족을 대동하고 인사동 거리를 찾을 요량이라면 자동차는 아예 집 차고에 꼭꼭 숨겨놓고 떠나
는 것이 낫다. 토요일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자동차 운
행이 금지되기 때문에 괜히 드라이브랍시고 차를 가져갔다간 낭패를 보기 딱 알맞다.

유지영 기자(trustno1@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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