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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아르바이트도 포함…실업자 기준 현실과 동떨어져 염강수기자 ksyoum@chosun.com
서울 시내를 한나절 돌아다니면 ‘청년 백수’를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취직을 못해 아예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들은 통계청 통계상으로는 대부분 어엿한 ‘취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한 달에 1회 실시하는 실업통계 조사 주간(週間)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하면 모두 취업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취업도, 실업도 아닌 통계의 사각(死角)지대에 방치된 이들 ‘청년 잠재실업자’들의 갑갑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 주당 1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만 해도 모두 ‘취업자’?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이모(28·여)씨. 그의 본업은 7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커피전문점에서 그는 주당 10~12시간 정도 일하고 한 달에 20만원 정도 받는다. 꼬박꼬박 집에서 용돈을 타기가 부담스러워 공부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한 번도 정규직으로 채용된 적이 없다. 채용을 하는 기업체도 드물었지만 기회가 생겨 원서를 넣어도 수백대 1의 살인적인 경쟁률을 통과하는 데는 번번히 실패했다. 보다 못한 부모님의 강요로 2003년에는 잠시 집에서 운영하는 가스 충전소에서 6개월간 경리로 일하기도 했다.
“내 나이면 원서낼 곳도 없어요. 남은 게 공무원 시험밖에 없더라고요. 공무원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할 게 그것밖에 없어요.”
그에게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청년실업대책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씨는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잠시 소나기나 피하자’는 심정으로 공공근로라도 하겠지만 우리 또래에겐 시간낭비일 뿐” 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통계청 분류상으로는 취업자다. 만약 이씨가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면 ‘실업자’로 분류될까? 아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만 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진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 동대문의 패션상가. A 점포에 김모(여·29)씨가 4일 만에 ‘출근’했다. 그는 상가에 입주한 옷가게 주인들이 사정이 생겨 점포를 비울 때만 대신 가게를 봐주는 일을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4일 정도는 일했지만 올해는 불경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도 일하기 어렵다. 김씨가 하루 8시간 동안 일하고 받는 일당은 5만원. 일주일에 겨우 10만원 버는데 교통비와 식사비를 빼면 남는 게 있을리 없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자니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여서 작년 6월부터 여기 나와요.” 그 또한 통계청 분류상 취업자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호텔에서 2년 동안 일하다 그만둔 후 부모님 도움으로 옷가게를 차렸다. 하지만 불경기를 견디다 못해 3년 만인 작년 6월 가게를 접었다. 이후 ‘메뚜기’처럼 이 가게 저 가게를 옮겨다니며 주인 대신 가게를 봐 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주변에 저처럼 된 친구들 많아요. 일자리 구하기 전에 잠깐 아르바이트한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지난해 일자리 40만개가 도대체 어디서 생겼답니까?” 그는 자신이 ‘취업자’로 계산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청년 취업자는 48만9000명에 이른다. 이 중 추가 취업이나 전직을 원하는 청년들이 11만1000명. 자신들을 ‘취업자’로 인정하지 않는 ‘한계선상의 취업자’가 많다는 얘기다.
◆ 일 없이 시간만 때우는 공공근로 =정모(28)씨는 올 1월부터 서울 광화문의 한 관청에서 ‘행정기관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 공공근로를 시작했다. 기간은 9개월. 지난해 대학을 나온 정씨에게는 가 장 긴 고용계약이다. 4개월간 백화점에서 판매 보조원으로 일한 것이 가장 오랫동안 한 직장에 출근한 기록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여. 정씨는 “정해진 일이 없으니까 출근하고 나면 답답하다”고 했 다. 그는 출근하면 주로 민원인의 전화를 받고, 전자결제시스템을 담당하는 다른 공무원의 일손이 달리는 경우 잠시 도와주는 일을 한다. 애초 맡기로 했던 DB구축과는 무관한 일들이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제대로 일을 배우고 싶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저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내부 시스템에 접속할 권한이 없어요. 일을 배우고 말고 할 것도 없죠. 지금은 어차피 9개월 뒤면 그만둘 일인데 배워서 뭐하겠냐고 체념했어요.”
정씨는 공공근로에 대해 “나중에 백수 기간에도 마냥 놀지는 않았다는 증거라도 되면 다행”이라고 말 했다. 정부가 올해 행정정보 DB구축사업을 통해 만들려는 청년 일자리는 9030명분. 이와 함께 정부는 모 두 7885억원을 투입해 취업유망 분야 직업훈련, 장기구직자 고용장려금 등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올해 모 두 25만2716명의 청년 일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정씨의 경우처럼 ‘제대로 된 일 자리’로 느끼지 못한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용현 연구원은 “우선 청년 취업자와 실업자의 실태를 정확 히 파악해야 올바른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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