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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손민호] 일부 매니어를 제외하곤 스키장 하면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시는 스키장에 가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이도 꽤 된다. 휴일 낮 리프트 한번 타려 고 30분씩 줄을 선 데다 또 돈은 왜 그리 많이 들어가는지. 집에 돌아오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까지 생 각이 미치면 스키장, 거기 갈 데가 못 된다. 그래서 기획했다. '비교 체험! 스키장 이렇게 갔다오자!'. 가상의 두 가족을 설정해 일요일 당일 4인 가족이 스키장을 다녀오는 여정과 요금을 계산했다. 한 가족 은 미리미리 준비하고 스키장 도착과 출발 시간을 따진 '나요령'씨 가족이고, 나머지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큰 맘 먹고 스키장 갔다가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 '그냥가'씨 가족이다. 이 두 가족의 여정과 비용을 공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족의 만족도와 비용 차이가 예상보다 훨씬 컸 다는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습'이다. 정보만 잘 챙기면, 스키장은 그리 멀거나 호사스러운 곳이 아니다.
글=손민호 기자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인터넷서 할인 받고 원없이 타사전 준비가 치밀했다. 우선 홈페이지에서 모바일 회원권을 구입했다. 이로써 리프트권 값과 장비 렌털 비용을 30% 할인받았다. 여기에선 휘닉스파크가 예지만 다른 리조트도 비용을 30% 안팎 줄이는 방법이 꼭 있다. 반 드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미리 확인할 것.
중요한 건 리조트 도착 시간. 일요일이라면 늦어도 오전 7시30분에 슬로프에 진입해야 한다. 그래서 간 단한 아침을 싸가는 게 좋다. 스키장은 일요일에 평일보다 한 시간 빨리 슬로프를 연다. 이때부터 오전 10시쯤까지가 황금 시간대다. 리프트 앞에 줄서 대기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왜 굳이 10시냐. 서울에서 출발한 셔틀버스가 9시쯤에 리조트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슬로프로 몰리는 시간이 10시 쯤이다. 이때부터 슬로프는 북새통이 된다.
정오 이전에 스키장을 나오는 것도 요령이다. 오후에는 집에 언제 갈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리프트 도 오전권(4만2000원)만 끊었다. 주간권을 사는 것보다 1만1000원 절약. 게다가 30% 할인까지 받았으 니 '나요령'씨 가족은 '그냥가'씨 가족보다 리프트권 값과 장비 렌털 비용에서만 11만9000원을 아꼈다. 스키장 근처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은 뒤 오후 1시에만 고속도로에 진입해도 저녁은 편하게 집에서 먹 을 수 있다.
*** 돈은 돈대로 고생은 고생대로사전 준비는 뭘, 일단 떠나고 보지. 딴에는 일찍 출발한다고 오전 7시 에 나왔지만 10시쯤이면 바로 스키장이 북새통을 이루는 시간. 고생은 그때부터다.
인파에 밀리면서 리프트권을 사고, 의류와 장비를 빌리려면 최소한 한 시간이 흐른다. 얼추 정오쯤 돼 야 슬로프로 나갈 수 있다. 오전에 리프트를 탈 수 있는 기회는 기껏해야 한두 차례. 그래서 리프트권 도 오후까지 탈 수 있는 주간권을 끊어야 한다. 점심은 리조트 안에서 대충 해결한다.오후에 슬로프는 아예 미어터진다. 충돌 사고도 잦다. 리프트 대기 시간이 30분을 넘을 때도 많다. 줄 서다 시간이 다 간 다. 오후 마감인 4시30분까지 슬로프에서 버티지만 초급자일 경우 리프트 횟수는 다섯번을 넘기기가 어 렵다.
문제는 스키장을 뜨는 게 더 힘들다는 것. 의류.장비를 반납하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 나오는 시간이 만 만찮다. 용케 차를 빼도 고속도로 입구까지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저녁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때운 다. 휴일 저녁은 고속도로 상황도 가장 안 좋을 때다.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 시쯤 여기선 4시간으로 계산했지만 6시간이 걸리는 일도 숱하다. 다시는 스키장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 는 이유다.
*** 두 가족 비교해 보니두 가족의 총 비용 차이는 15만5000원이었다. 같은 일정과 장소, 같은 인원인데 도 이 차이가 났다. 그렇다면 두 가족의 만족도는 어떨까.
우선 두 가족의 슬로프 이용 시간은 얼추 비슷했다. '나요령'씨 가족은 오전권만 구입했지만 오전 7시30 분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4시간을 이용했다. 오전.오후권을 모두 산 '그냥가'씨 가족의 실제 슬로프 이 용 시간은 4시간30분.
그러나 리프트를 이용한 횟수는 '나요령'씨 가족이 훨씬 많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 10시 이전에는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냥가'씨 가족이 만족도를 못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기 시간 때문이다. 리프트권 구입과 장비를 빌리고 반납하는 시간만 2시간30분 ~ 3시간이 걸렸 다. 반면 '나요령'씨 가족은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집에서 스키장을 왕복한 시간 차이는 2시간('나요 령'씨 5시간, '그냥가'씨 7시간)이다.
두 가족은 이미 고글.장갑.모자 등 기초 장비를 갖췄다고 가정했지만, 여기에도 요령이 있다. 이 품목들 은 렌털이 안 된다. 일반인에겐 'WING' 등 믿을 만한 국산 브랜드면 충분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 터넷 할인 매장이다. 옥션(www.auction.co.kr), 인터파크(www.interpark.co.kr), DNSHOP (www.dnshop.co.kr) 등에 '특가 상품'으로 나오는 게 있다. '고글.장갑.모자'한 세트가 2만 ~ 3만원대 에 판매되기도 한다.
공통 사항◆ 어른 둘은 스키, 자녀 둘은 스노보드로 종목 통일. 자녀는 소인 할인 대상인 초등학생.
◆ 집은 서울 도심, 교통 수단은 승용차. 기초 장비(고글·모자·장갑)는 각자 마련한 상태.
◆ 스키장은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로 통일.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에서 스키장 입구인 영동고속도 로 면온 나들목까지 156㎞.
*** 찾아보면 싸다 숨어있는 할인 정보'숨은 할인 찾기'. 어느 스키 리조트 관계자의 말이다. 스키 업계 에선 '제값 다 내면 바보'란 말이 있다. 그만큼 할인 혜택이 다양하다. 문제는 할인 혜택을 모르는 이 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숨은 할인 찾기'다. 아는 사람만 싼값에 이용하는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지금의 스키장 이용 실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신용카드만 써도 리프트권과 장비 렌털 을 20~30%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리조트마다 할인되는 신용카드가 다르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휘닉스 파크는 삼성카드, 무주리조트와 용평리조트는 국민카드, 비발디파크는 BC카드, 현대 성우리조트는 현대 카드만 가능하다. 신용카드 할인을 받으면 마일리지 포인트가 줄어든다.
리조트마다 30% 할인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휘닉스파크.용평리조트의 모바일 회원권, 무주리조트의 버스 일일 패키지, 현대 성우리조트의 사우나 패키지, 강촌리조트의 주중 대중교통 패키지 모두 리프트 권과 장비 렌털을 30~50% 깎아준다. 대신 신용카드 할인과 다른 할인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없다. 가 령 휘닉스파크의 모바일 회원권 30% 할인과 삼성카드 20% 할인은 함께 적용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더 나 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세트권이란 게 있다. 유통 경로는 복잡해 여기서 생략한다. 중요한 건 이 세트권으로 인해 인터파크.넷 피아 등 인터넷 사이트나 리조트 인근의 렌털 숍에서 정상 가격보다 싼 리프트권이 판매된다는 사실이 다. 이번 시즌 리프트권 주간권 가격은 4만8000~5만3000원대. 그러나 세트권을 사면 30% 안팎 싸게 살 수 있다. 원래 열 장 묶음이 한 세트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선 5장 이상, 렌털 숍에선 낱장으로도 판다. 특히 렌털 숍에선 장비.의류를 렌털하면서 리프트권도 사면 더 깎아주는 게 관행처럼 돼있다. 실제로 가 장 싼값으로 리프트권이 유통되는 경로다. 최근엔 전국 주요 스키장의 리프트권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리프트오케이닷컴(www.liftok.com.1544-7644)같은 업체도 출현했다.
의류나 장비 렌털도 리조트 인근의 렌털 숍이 리조트 안에서보다 20% 이상 싸다. 대신 장비의 질이나 관 리 상태는 장담하지 못한다. 장비를 볼 줄 아는 사람과 동행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교통비도 은근한 부담이다. 그래서 자가용이 없는 젊은층은 경기도 스키장을 선호한다. 경기도 내 스키 장 3곳(베어스타운.지산리조트.양지리조트)과 강원도 춘천의 강촌리조트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다른 리조트의 셔틀버스는 유료다. 4~5명씩 팀을 짤 수 있다면 승용차를 이용하는 편이 셔틀버스보다 싸 다.
*** '시즌방'을 아십니까스키시즌 동안 리조트 인근 마을에서 운영하는 민박, 이름하여 '시즌방'이다. 우리 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스키장 숙박문화다. 리조트 내 숙박시설이 부족한 데다 비싸기 때문에 생겨 났다. 10년쯤 전 스노보드 붐이 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시즌방엔 방 하나에 서너 명에서 30명까지 모여든다. 주로 돈이 없는 대학생들이다. 한 명에 30만~50만 원 정도 갹출해 방을 빌려 집단으로 생활한다. 리조트에 가까울수록 방값이 비싸다. 최근 리조트 근처 에 보이는 고층 아파트 대부분이 시즌방 용이다. 이들은 스스로 '방돌이'라 부른다. 업계에선 3만명 내 외로 추산한다.
이들 방돌이는 국내 스키장 문화를 선도해 왔다. 우선 방돌이의 절대 다수가 스노보더다. 국내 스노보 더 열풍의 주인공들이다. 9월이면 일찌감치 시즌권을 사놓고 두 달 뒤 시즌에 대비한다. 슬로프에 나타 나는 시간도 주말 스키어와 다르다. 슬로프를 연 직후부터 오전 10시쯤까지 신나게 놀다가 방에 돌아가 서 한숨 자고 저녁에 다시 나오는 식이다.
시즌방도 못 구하면 리조트 인근 찜질방.주차장 노숙도 서슴지 않는다. '시즌방 껌'이란 것도 있다. 시 즌방에 빌붙어 하룻밤을 자는 이들이다. 하룻밤 방값으로 1만원쯤 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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