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5%라는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에 걸려 4년간의 혹독한 투병 끝에 두달전 다시 한국은행으로 출 근한 김정하 차장(44)은 ‘관뚜껑을 열고 나온 것 같은’ 감격을 추스르자마자 투병기를 써냈다. 그런 데 일반적 암 투병기와는 좀 다르다. ‘암, 경제적으로 상대하는 법’(상상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제목부 터 은행원답다.
-혈액암 사투 4년만에 출근-
“지금까지 투병기가 많이 나왔지만, 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한 투병기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엄청난 치 료비가 드는 암투병은 사실 돈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돈 걱정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고, 지레 치료를 포기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가지 사회보장 제도 등을 이용하면 같은 돈을 주고도 훨씬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골수이식 수술 두번과 임파구 수술까지 세번 수술에 혈액형이 AB형에서 B형으로 바뀌었다. 또 암 때문 에 척추가 녹아내려서 키가 5㎝나 줄었고, 72㎏이었던 몸무게도 절반인 36㎏까지 내려갔을 정도다. 이 사이에 치료비가 3억원이나 들어갔다.
그가 첫번째로 권하는 일은 ‘소멸성 암보험’을 드는 일이다. 저축성보다 나중에 돈을 찾지 못하는 소 멸성 보험이 실제로 병났을 때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도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둔 암 보험 덕분에 발병 초기에 들어가는 큰돈을 변통할 수 있었고, 나중에 치료비 때문에 집을 처분할 때, 비 교적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시간도 벌었다고 한다.
“일단 병에 걸리면 좋은 의사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게 돈을 절약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또 주변 병상에서 귀동냥도 잘 해야 해요. 의료보험은 골수이식 수술할 때 단 한번만 적용된다는 것, 국 민연금에 들어있는 암환자는 장애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도 옆 병상에서 이야기하는 걸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치료비의 30%는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것을 수차례나 강조했다. 하기야 애초에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수억원의 치료비를 들여 완치되는 것에 비하겠는가.
“유전적인 문제를 드는 사람도 있지만,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요. 제 경우에도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은 없었거든요. 암병동에서도 보면 주로 ‘착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스트레스 수용적인 사람들은 잠재적 암환자입니다. 밤낮없이 회사일에 매달리고, 윗사람의 말에 신경쓰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아무리 출세를 해도 암에 걸리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는 그는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하는 것은 회사 를 위해서도 도움되지 않는 일이라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그는 또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 태도가 암 치료에 있어서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로 그는 병상에서 암에 대해 절망하지 않기 위해 몇가지 사업아이템을 구상했다. 그리고 그 중 세가지 가 중소기업에 의해 채택되었을 정도로 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졌다.
-암보험 필수·장애연금도-
“다시 화장실에서 서서 일을 보던 날, 그리고 다시 출근하던 날 어찌나 기쁘던지, 아무한테나 ‘고맙 다’는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아직도 몸은 좀 불편하지만 요즘은 제가 집에서 요리도 하고, 김 치도 직접 담가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거든요.”
책의 맨 뒷부분에는 암병상에서 쓴 108가지 소중한 넉줄짜리 ‘금언’들이 적혀있다.
그는 22번째 금언에서 “암과의 만남은 불행이었지만, 암과 싸우면서 사랑도 배우고 인내도 배웠다. 암 은 다루기에 따라서는 가치있는 놈”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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