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동의보감]흡연 후엔 무를 드세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11-20 오후 12:05:00
언제 가을이었냐 싶게 차가운 겨울 바람이 성급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
해진 공기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공연히 마음도 부산해지고 몸도 자꾸 움츠러드는 느낌이다.

한의학에서는 요즘처럼 천기(天氣)가 쌀쌀해지고 지기(地氣)가 깨끗해지는 시기를 폐왕간쇠(肺旺肝衰),
즉 폐는 왕성해지고 간은 약해지는 계절로 본다. 일교차가 심하고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므로 폐기능이
왕성해야 이에 적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고 건조한 공기를 이겨내려면 폐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빨리 지칠 수밖에
없다. 특히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사람이나, 과로 혹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기침, 천식, 가래 등 호흡
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수가 많다.

이런 계절병을 이기려면 계절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제철 식품을 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
다. 특히 호흡기 점막의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과 비타민C의 섭취가 중요한데, 서
리 내린 후에 캐내는 겨울 무가 바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무는 사시사철 수확이 가능한 채소지만
서리 맞은 뒤의 무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일뿐 아니라 수렴하고 응축하는 기운이 아주 강해서 건
강식품으로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명나라 때 의사인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 따르면, 무 생즙은 소화를 촉진하고 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으며 오장을 이롭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해준다고 했다. 또 담을 제거하며 기침을 그치게 해주
고 설사를 다스린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초기 의학서인 [향약집성방]에서는 수제비를 만들 때 무를 갈
아서 함께 반죽하면 배부르게 먹어도 체하지 않는다 하여 무의 탁월한 소화 효능을 말해주고 있다. 이
는 무에 함유된 디아스타제 같은 전분소화효소의 작용인데, 우리가 메밀국수를 먹을 때 양념장에 무를
갈아 넣거나 냉면에 무채를 꼭 집어넣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라면 무생채나 무국, 무밥, 무김치 등 무로 만든 요리를 자주 식탁에 올리
는 것이 좋다. 니코틴을 중화하는 해독작용뿐만 아니라 이뇨작용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뛰어
나기 때문이다. 또 같은 양의 사과와 비교했을 때 비타민 C가 10배나 많은데, 특히 껍질 부분에 많으므
로 무를 먹을 때는 되도록 껍질을 깎아내지 말아야 한다.

관절염으로 고생할 때도 무를 이용하면 진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즙을 내 거즈에 묻혀 아프고 쓰라
린 부위에 발라주면 한결 시원해진다. 오골계의 내장을 제거하고 그 속에 '나복자'라 불리는 무씨를 넣
고 푹 고아서 국물과 고기를 먹어도 관절염에 효과적이다.

무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어혈을 풀어주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기를 아래쪽으로 내
리는 작용이 있어서 오후만 되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눈에 띄게 기운이 떨어지는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먹더라도 적은 양을 수시로 먹는 것이 좋다.

[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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