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뉴딜- 연기금 동원 "양날의 올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11-09 오전 9:19:00
한국형 뉴딜’정책의 견인차가 될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지난 7일 당·정·청 워크숍에서 밝힌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의 핵심은 정부 주도로 내년 하반기부
터 연기금과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건설부문과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10조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
한다는 것이다.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공공·민간의 여유자금을 경기 부양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겠
다는 얘기다.


◇‘연기금 투입’ 왜=정부는 실업률을 3%대 중반 수준에서 묶고 연간 40만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을 위
해서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정부
가 재정지출을 1조원 늘리면 경제성장률은 0.1%가량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10조원은 성장률 1%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규모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내년에 추가로 최대한 늘릴 수 있
는 재정이 2조~3조원 정도에 불과해 민간부문에서 7조~8조원대의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연기금은 지금도 SOC에 투자할 수 있고, 일정 규모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법 83조 2항은 유가증권, 금융
상품 외에 ‘기금증식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연기금 관리항목에 ‘대체투자’ 항목을 두어 주식·채권 외에 부동산이나 벤처사업의 경우
따로 수익률을 관리한다.

현재 연기금의 여유자금은 1백30조원대가 넘는다. 지난해말 현재 국민연금이 공공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15조2천5백12억원으로 전체 운용액의 13.6%에 이른다. 2002년 말 국민연금 기금관리위원회에서는
‘SOC에 대한 투융자 계획’을 승인, 지난 9·10월 울산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사업과 인천신공항 철도사
업에 각각 6백29억원과 2천5백억원의 국민연금이 투자되기도 했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입한
운용액은 96조5천7백70억원이고 수익률은 8.6%였다.

◇사업성과 자율성이 관건=연기금의 SOC투자는 정부가 얼마나 수익성 있는 사업을 개발하느냐와 연기금
들의 자율적인 투자결정이 보장되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연기금의 안정성과 직
결된다.

현재 연기금들이 공공부문 투자에서 3.9~4.9%의 수익률을 내고 있으므로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에서도 그
이상의 수익률은 나와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민간 SOC사업에 투자된 자금에 대해서는 최소한 국채
수익률에 ‘플러스α’를 보장할 것이기 때문에 연기금의 안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어차피 장기적인 자금투자처 확보가 필요한 공공기금이나 민간사업자는 위험을 회피하면서 안정적인 수
익을 올릴 수 있고, 정부는 재정부담을 분산하면서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실적에 쫓겨 사업을 졸속으로 선정할 위험성이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정부는 두고 두
고 연기금 투자에 대한 수익을 국민혈세로 보전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최소 운영수입금 보장을
내세워 건설한 인천신공항고속도로 등 4개 민자 고속도로에는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의 22~63%에 불과해
해마다 막대한 나랏돈이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대 유병삼 교수는 “정부가 과연 사업성을 잘 평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수익률을 보장해주
면 돈이 들어오기는 하겠지만 자칫 과도한 수익률 보장은 결국 국민 세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진하 연구위원은 “초고속 통신망사업과 전자정부 관련사업 등 기존에 진행중인
대형 국책사업 외에 추가로 대대적으로 투자할 만한 IT관련 사업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국금
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도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민자로 추진했던 사업이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매
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의 자율성과 관련해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체투자팀 관계자는 “정부가 들어오라 해서 무턱대고 들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20~30년에 걸친 장기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보장하는 ‘플러스α’를 보고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관행에 비춰 정부가 시행과정에서
경기부양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하게 연기금을 ‘동원’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
다.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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