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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봉인된 기억’ 오늘과 말걸기
뉴욕 한인타운 근처에 위치한 오프-오프 브로드웨이(99석 이하)극장인 어반 스테이지에서는 〈위안부> (컴포트 우먼)라는 제목의 연극이 10월28일에 개막해 11월28일까지 한달간의 일정으로 공연중이다.
한국 극작가인 김정미씨가 쓴 것으로 배경은 10년 전인 1994년, 유엔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있 었던 때다. 주인공은 딸내외를 따라 이민와서 퀸즈에 살고 있는 ‘할머니’이며 그의 손녀 지나의 간청 에 의해 유엔을 찾아온 두 한국 할머니를 손님으로 맞이한다. 두 ‘정신대’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주 인공 할머니 역시 과거에 하나코라는 이름의 일본 군대 위안부 중의 한 명이었음이 밝혀지고, 무당이었 던 어머니에 의해 봉인되었던 하나코 할머니의 잔혹했던 과거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마침내 할 머니는 손녀에게 기대 자신의 과거를 말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극은 끝난다.
작가는 일본 군대 위안부 문제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거나 잊고 있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기억을 봉인당한 하나코 할머니로 상징하려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대의적인 의미를 떠나서 단지 한 개인의 문제로 집약해 본다면 완전히 잊고 행복해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게 칠순이 넘은 노인이라면 더욱더 그 렇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기억을 봉인한 어머니와 과거 하나코였던 분신이 극한의 대립각을 이룬다. 마치 기억을 봉인한 어머니가 악역처럼 몰린다.
이런 단순한 도식은 이 공연의 단점이기도 하다. 특히 낯선 방문자인 정신대 할머니가 ‘성노예’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초지일관 일장연설로 일관하는 것은 그들에게서 생동감을 앗아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내용에 거짓은 결코 없다는 사실이다. 세 할머니를 연기하는 것은 중국 배우들 로 주인공을 맡은 티나 첸은 매우 훌륭하다. 두 명의 젊은 한국 배우가 손녀 역과 주인공의 어머니 역으 로 열연하는 중이다.
비록 100석이 안 되는 극장이지만 관객의 반 이상이 중년의 미국인들이다. 여기까지 이 공연을 보러 온 정도면 위안부 문제에 완전히 무지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니만큼 그들의 작품에 대한 공감도 매우 크 다. 주인공의 등에는 ‘하나코’라는 일본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등에 새긴 문신은 자기 자신 은 결코 볼 수 없지만 분명히 남아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한국의 등에 새긴 문신인 정신대 할머니들은 하나둘씩 사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일 본 정부는 그렇다 치고 혹시 한국인들마저 그것을 기다리며 ‘인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 보게 하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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