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중추 역할을 하는 장은 수분이나 영양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장내세균을 동원해 면역이나 대사를 담당한다. 하지만 고지방식이나 부드러운 유동식 등이 보급된 지금, 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장내세균 밸런스의 혼란'과 장내에 정체된 '숙변'에 있다.
만성적 어깨 결림이나 피로감, 거친 피부, 아토피성 피부염, 류머티스, 대장암, 심근경색, 치매에 공통되는 원인은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장기의 부조화, 즉 '장(腸)'과 관련이 깊다.
장벽을 덮고 있는 점막이 어떤 원인에 의해 파괴되면, 장내에서 발생된 독소나 장내세균이 체내로 흘러들어 자가중독을 일으키거나 외부로부터의 독소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 결과 여러 가지 병이 생기게 된다.
미국의 한 저명한 자연요법 의사는 "류머티스 환자의 발병 부위에서 장내세균의 파편이 발견된다"며, 장내세균의 위해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장점막이 손상된 부위를 통해 알레르겐이 침투되어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이 됐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 '숙변'이 장내세균 집단 혼란시킨다 *
장이 원인이 되는 병은 뇌, 심장, 관절 등 거의 모든 부위에 해당된다. 확실히 장의 부조화나 더러움이 만병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장을 깨끗이 한다면 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열쇠가 되는 것인 바로 '장내세균'과 '숙변'이다.
장안에는 100종류, 100조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살고 있다. 참고로 인간의 전신 세포는 60조다. 장안을 흘러 들어온 음식 찌꺼기는 장내 어떤 세균의 먹이가 되고, 그 세균이 방출한 대사 산물은 또 다른 세균의 먹이가 된다. 장내세균은 이처럼 서로 영양을 주고받으면서 밀접한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체내에는 비타민을 만드는 세균도 있는데, 장이 이를 흡수하여 활동한다. 장이 방출한 노폐물을 먹고 아미노산 등 인체에 유용한 것으로 변하는 재활용균도 있다. 이 세균 집단을 '장내세균집단'이라 부른다.
장내세균집단은 3개의 그룹으로 분리하며 이해하기 쉽다. 유익균, 유해균, 중간균이다. 유익균은 장안에서 발효를 진행시키고, 비타민이나 '락(酪)산' 등 인체에 유용한 물질을 만든다. 그 대표적인 것이 비피더스균이다. 유해균은 반대로 부패를 진행시켜 유해물질을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웰시균. 중간균은 평소에는 얌전히 있지만 몸이 약해지면 유해균과 같이 해롭게 변한다.
건강한 사람은 장내세균집단이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불규칙한 식생활이나 스트레스 등에 의해 밸런스가 깨지면 유해균이 증가하여 독소를 사방에 뿌려댄다. 장내세균집단의 혼란이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장내세균집단도 악화된다.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은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은 장내세균집단도 젊다. 장수촌으로 유명한 지역 고령자의 장내 세균에는 도심지 고령자보다 비피더스균이 10배 많고, 웰시균은 100분의 1로 적었다. 즉, 장수촌 고령자의 장내세균집단은 젊은이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대장암·유방암 발병률 증가 *
유해균은 어떠한 병을 일으키는가. 그 원리가 밝혀진 것이 바로 대장암과 유방암이다. 유해균은 장내에서 부패를 진행시켜 발암물질을 만든다. 유방암은 숙변인 여성에게 많다는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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