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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승일 기자] '전날 마신 술이 과해 지각 출근하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점심 때 반주를 너 무 많이 하면 오후 업무에 지장을 줍니다. 술 세다고 자랑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너무 지당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국내의 대표적인 주류회사가 1990년대 초반 임직원들에게 내렸던 지침이다. 술을 파 는 회사가 이처럼 절주(節酒)운동에 나선 것은 시도때도 없이 술을 마시는 임직원이 늘어나 업무기강이 풀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에서 이 같은 '절주 지침'을 운영하고 있지만 도를 넘는 직장 내 음주문화가 확산돼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2일 '직장인 음주 행태와 기업의 대책'이란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음주와 관련된 직장인들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고치 려 하지 않아 술로 인한 경영손실을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음은 기업의 손실= 흡연 규제처럼 기업이 바야흐로 음주 문제에도 손대야 한다는 주장은 직장인들 의 과음.폭음 풍토가 그리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삼성연구소가 지난 15일 전국 직장인 4231명을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3%가 한주에 한번 이상 술 자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네명 중 한명이 열번의 술자리에서 세번이상 과음을 했다. 한국음주문화 연구센터의 2002년 조사를 봐도 우리나라 직장인의 과음 비율은 31.4%로 미국(8.4%)의 네배에 육박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70.5%는 현 음주문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잘못된 회식문화에 이끌려 원 치 않는 과음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 음주문화의 문제점으로 '강압적인 분위 기'(47%)를 으뜸에 놓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연간 경제.사회적 비용은 과음 관 련 질병.사고.범죄나 생산성 저하 등을 포함해 14조5000억원(2000년)으로 추산됐다. 이는 같은 해 국내 총생산(GDP)의 2.8%에 달하는 것이다. 미국(2.3%, 1992년).일본 (1.9%, 1987년)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 은 수치다.
◆음주도 경영관리의 대상= 이 보고서는 "직장인 음주 문제는 이제 개인의 건강이나 사회보건 문제를 넘 어서 산업 전반의 생산성 및 기업 경쟁력 저하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주 한병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12시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날 꽤 술을 마신 사람은 적어도 다음날 오전 은 취중 근무를 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삼성연구소의 엄동욱 수석연구원은 "술자리 이외의 회식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에겐 신입사원 때부터 음주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과음을 막는 사규를 명문화해 필요할 때는 제재도 해야 한 다"고 덧붙였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고 회식이 잦은 직장인들은 일반인보다 음주량이 1.4배에 달하고 술 자리 빈도는 거의 2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어(음주문화연구센터), 흡연처럼 음주도 적절한 통제가 필요 하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업체들이 음주 관리를 경영 변수에 넣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을 '금주의 날'로 정해 조기 퇴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은 과음의 폐해를 강조한 포스터를 전 사업장에 붙였다.
미국의 경우 흡연.음주는 물론 건강 문제까지 상담.관리해 주는 종업원 지원프로그램(EAP)을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포춘지가 뽑은 미국 500대 기업의 95%가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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