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꿀"족집게처럼 잡아낸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9-21 오전 9:47:00
추석 명절을 앞두고 어르신들의 선물로 벌꿀이 애용되고 있다. 벌꿀에는 과당, 포도당, 단백질, 미네랄
등이 풍부하며 체내로 바로 흡수되는 영양만점의 완전 식품이다.

그러나 벌에게 설탕을 먹이로 주어 꿀을 얻거나 천연벌꿀에 물엿을 넣어 직접 제조해 가짜벌꿀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꿀을 구입할 때 가짜가 아닌지 의심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탄소동위원소의 원리를 이용해 벌꿀의 품질관리를 실시하
고 있다. 나노환경연구부 동위원소팀 이광식 박사는 “실제 벌꿀을 조사해보니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국
내산 꿀 중에 가짜가 상당 수 있었으나 요즘은 많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과학적 실험기법을 이용하면
내가 산 벌꿀이 진짜인지, 설탕은 몇%나 섞였는지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벌들은 꽃에서 영양분을 섭취해 이를 꿀로 만든다. 그런데 온대지방에 있는 대부분의 꽃피는 식물은 대
사과정에서 ‘포스포글리세린산’(Phosphoglyceric acid)을 만들게 된다. 포스포글리세린산은 3개의 탄
소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한 식물들을 C3식물이라고 한다. 이들의 탄소동위원소비(δ13C)는 -2.4%에서
-3.0%이다.

이와 달리 옥수수, 사탕수수, 사탕무같은 식물들은 대사과정에서 ‘옥살착산’(Oxalacetic acid)이 처
음 만들어진다. 옥살착산은 탄소가 4개 있으므로 C4식물이라고 한다. 이들 식물의 탄소동위원소비는 -
0.8%에서 -1.7% 정도이다. 이렇게 꿀을 만드는 식물과 설탕의 탄소동위원소비가 다르기 때문에 벌꿀에
설탕이나 물엿을 섞으면 어느 정도 섞였는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꿀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꿀을 태워서 이산화탄소(CO₂)를 만들고 이것을 질
량분석기에 주입하여 12C에 대한 13C의 비율을 측정한다. 진짜벌꿀의 경우 탄소동위원소비가 -2.4%보다
작은 값을 보인다. 반면 설탕은 대부분 -1.0%의 값을 나타낸다.

탄소동위원소비만 나오면 수식을 이용해 설탕을 얼마나 탔는지 바로 알아낼 수 있다. 만약 어떤 설탕과
진짜벌꿀이 반반 섞여 있다면 탄소동위원소비는 -1.7% 정도의 값을 보이게 된다. 미국분석화학회에서
는 -2.1%보다 큰값이 나오면 가짜벌꿀로 판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과거보나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국산꿀에서 가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주
위 친척들이 “잘아는 곳에서 얻었다”며 갖고 오는 것은 가짜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샘플 하나를 감별
하는 비용은 3만~5만원선. 대부분 대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의뢰하며 일반인들이 개별적으로 갖고 오는 경
우는 별로 없다.

이광식 박사는 “벌꿀이나 로열젤리뿐 아니라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의 혼합 여부, 과일주스에 설탕을 얼
마나 섞었는지 등을 빠르게 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

※탄소동위원소비란=탄소에는 3가지 동위원소가 있는데 질량수가 12인 것과 13, 14인 것이 있다. 이를
12C, 13C, 14C로 표기한다. 자연계에는 12C가 98.98%로 가장 많고 13C는 1.11%, 14C는 아주 극미량(10의
12제곱분의 1) 존재한다. 탄소동위원소비는 12C의 양을 분모로 하고 13C의 양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나
타내는 비율이다. 안정동위원소질량분석기(Stable Isotope Ratio Mass Spectrometer·사진)를 이용해 알
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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