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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인물·사건을 다룬다. 전기영화(Biographical Film) 실극영화 (Docudrama) 등이 이에 해당된다.
외국영화의 경우 실화영화는 실화(True Story) 혹은 실화를 소재로 한(Based on True Story) 영화라고 명시되고는 한다. 전자든 후자든 모든 내용이 구구절절 실화인 경우는 드물다. 관객의 흥미와 공감을 끌 어내기 위해 어느 정도 허구를 가미하기 때문이다. 27일 개봉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터미널’ (The Terminal)은 ‘거짓말 같은 실화’를 소재로 ‘진짜같은 거짓말’을 담은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터미널’ 수입·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영화의 모티프가 된 실화의 주인공은 이란 남자 메 르한 카리미 나세리(59)이다. 영국 유학 뒤 1976년 귀국한 그는 왕정 반대시위에 가담한 전력 때문에 추 방당했다. 영국·독일·네덜란드 등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하면서 떠돌이가 됐다.
그런 그는 86년 벨기에에서 난민 인정을 받았다. 88년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프랑스에 입국하려던 그 는 문제의 난민 인정 서류를 분실, 발이 묶이고 말았다. 99년 7월 벨기에로부터 서류를 재발급받기까지 10년10개월을 드골 공항에서 살았다.
드골 공항에서 지내는 동안 그는 ‘알프레드’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는 자유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드 골 공항에서 살고 있다. 공항살이에 익숙, 불확실한 다른 삶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로 알 려지고 있다. 공항측은 그런 그를 내치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TV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려진 그는 ‘터미널’을 통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터미널’ 제작사인 드림웍스는 그에게 저작권 개념으로 30만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햄버거와 신문을 사는 데 몇 유로를 쓸 뿐 그의 삶엔 변화가 없다. 취미는 독서. 요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나 의 인생’을 읽고 있다.
‘터미널’은 여기에서 핵심사항만 차용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공항에서 지내게 된 동유럽 국가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설정, 그와 주변인들의 삶과 사랑을 웃음 가득한 휴먼 드라마로 재가공했다. 드림웍스는 이 영화 제작을 위해 캘리포니아에 마련한 1,700평의 대지에다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20 주 동안의 작업과정을 거쳐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JFK 공항을 탄생시켰다.
‘살인의 추억’ 이후 실화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수라상을 차릴 수 있는 소재로 형편없 는 분식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영화가 잇따르고 있다. 실화영화가 관객들로부터 폭넓은 관심과 공감 을 이끌어내려면 거짓말 같은 실화일수록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터미널’은 하나의 모범 답안을 보여준다.
〈배장수 전문위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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