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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래만 못하는 가수들이 노래만 잘 하는 가수들보다 대접을 받을까. 창작뮤지컬 ‘탐풀즈’(Tom Fools, ‘못난이’ ‘멍청이’라는 뜻)는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대중문화계 를 조롱하는 작품이다. ‘탐풀즈’는 극중 4인조 여성 보컬그룹 이름. 극중의 얼짱·몸짱 립싱크 여성그 룹 ‘사파이어 걸즈’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얼꽝·몸꽝 그룹이다. 그러다보니 작품의 주인공들은 민 망하게도 노래만 잘 하는 가수들이다. 캐스팅된 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홍주현(29)·전현 주(25)·진주(24)·오윤혜(22)씨. 여자·인간으로서 서글프되 가수·배우로서 매력적인 배역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외모의 노예가 아닐뿐더러 자신들의 실력을 스스로 믿는다는 게 증명된 셈 아닐까.
아무리 성형수술이 판쳐도 외모는 개인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는 운명적인 것에 가깝다. 하지만 외모라 는 유일한 잣대로 가수의 등급을 매기는 세상.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두 갈래였다. 실력으로 싸워서 끝 내 이기는 정면돌파와 세상을 비웃어버리는 비켜가기. “내 모습 지금 이대로 난 좋아/태어난 그 모습 그대로/진정한 모습 찾기 전에 내 인생 남 위해 살 수 없어/지금의 나 이대로 좋아”라는 극중 노랫가사 는 이들이 속울음을 삼키며 읊조리던 ‘독백’이었다.
진주는 대본을 읽으며 “바로 내 이야기”라면서 울어버렸다. 기획자가 캐스팅을 하러 가자마자 ‘OK’ 사인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다른 가수의 앨범 취입 때 대신 노래를 불러준 그의 경험담이 대본 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진주는 “데뷔 전 데모CD를 들은 기획사들이 오라 해서 찾아갔다가 ‘사장님 안 계시다’거나 ‘견적 많이 나오겠다’는 모욕을 여러번 당했다”고 했다. 오로지 폭발적인 가창력만 으로 ‘난 괜찮아’ ‘가니’ 등 히트곡을 남겼다.
진주는 “한국은 젊은 여성이 음반·콘서트 소비계층이라서 남자가수가 인기있고 여자가수는 상대적으 로 설 자리가 적은 편”이라면서 “남성 소비자에게는 예쁜 여가수가 상품성이 있기 때문에 여가수에게 실력보다 외모가 요구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 버클리음대에 재학 중인 그는 “사회적으로 문화 향유층이 넓어지고 문화적 다양성과 깊이가 생기면 ‘듣는 음악’도 점차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극단 ‘프라미스’ 음악대표인 홍씨는 강변가요제 출신. 고교시절까지 가야금을 전공했는데 불과 한달 반 연습해서 판소리 시험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그는 “가수 활동 시절에 기획사들은 ‘여자는 일단 상 품이 돼야 한다’면서 여가수들의 노래 공부는 뒷전이었고 단식원에 먼저 보냈다”고 회고했다.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전씨는 12살이던 1991년 ‘선데이 가요제’ 최연소 출전자. 예선을 통과 했으나 18세 이상 출전 가능이라는 자격규정 탓에 본선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중학시절 모 방송사가 주최한 제1회 만담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국내 최연소 만담가이기도 하다.
그는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키 작다고 안 써주는 저조차 TV를 보면 예쁜 여자에게 시선이 가 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면서 “외모가 안 되면 어중간하게 잘 해선 안되고 실력이 월등해야 하므로 오로지 노래연습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씨는 “가수 오디션을 볼 때 망설이는 기획사가 많았지만 울지는 않았다”면서 “대중이 여가수의 외 모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세하지만 대중의 귀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므로 노래를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탐풀즈’는 못생긴 게 죄(罪)이자 천형(天刑)인 우리 시대 ‘못난이’의 현실과 아픔, 그리고 그들을 아프게 하는 못난 현실을 그려낸다. 쭉쭉빵빵의 ‘사파이어 걸즈’의 위선이 까발겨지면서 보컬그룹 ‘탐풀즈’가 인기를 얻게 된다는 줄거리다. 마지막 반전은 우리 사회 ‘못난이’에 대한 따뜻한 빈 말 이거나 해피엔딩이 흥행에 이롭다는 뮤지컬 문법의 소산이 아닐까.
그럼에도 작 김태수, 연출 윤우영, 음악 최완희씨 등 작품을 만든 이들의 ‘못난이’에 대한 마음자리 는 넓고 훈훈해 보인다. 관객들도 현실과 극중에서 실력 하나로 세상에 맞서는 ‘얼꽝가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알과핵소극장. (02)747-2250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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