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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눈앞에 있더라도 끝까지 공부를 마무리하기 위해 혼신을 다했습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는 거니까요.”
성균관대 학위수여식이 열린 25일. 박사학위 취득자 대표로 연단에 올라선 사람은 휠체어를 탄 40대의 만학도였다. 목은 힘이 없어 뒤로 꺾여 있었고, 가느다란 다리는 근육경련으로 쉴새없이 떨리고 있었 다.
주인공은 루게릭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동성고 영어교사 이원규씨(43). 고3 담임을 9년 동안 맡았을 정도 로 건강했던 그는 2000년 겨울 루게릭병이라는 최종선고를 받았다. “사형대에 끌려가는 죄수의 심정으 로 마지막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 혼잣말로 속삭였죠.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고….”
이후 그의 몸은 급속히 마비되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도 휴직을 해야 했다. 그의 몸은 이제 오른쪽 가운 데 손가락만을 제외하곤 모두 기능을 멈췄다. 그러나 이 무서운 병마도 ‘내가 살아있는 한 공부해온 문 학을 정리하겠다’는 삶의 의지와 학업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그는 양손이 마비되자 발로 책장을 넘기 며 공부했고, 전신이 마비되자 손가락 하나로 키보드를 움직여 논문을 완성했다. 결국 그는 ‘한국 시 의 고향의식 연구’란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인터뷰도 부인 이희엽씨(41)를 통해 이뤄졌다. 남편의 옆을 지키며 궂 은 뒷바라지를 감당해온 이씨는 “사랑하는 당신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한다”는 남편의 말을 통역하며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이씨는 “평생을 배우고 가르치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축복받은 삶은 없을 것”이라면서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의료기기의 도움을 받아 연구와 강의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정유진기자〉
-루게릭병이란- 의학용어로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근력약화와 언어장애를 거쳐 결국 호흡장애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병. 미국 뉴욕양키스 야구스타 루게릭 선수가 이 병으로 사망해 ‘루게 릭병’이란 이름이 붙었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이 병을 앓고 있다. 한국에는 약 1,200 명의 환자가 있다.의학용어로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근력약화와 언어 장애를 거쳐 결국 호흡장애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병. 미국 뉴욕양키스 야구스타 루게릭 선수가 이 병으 로 사망해 ‘루게릭병’이란 이름이 붙었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이 병을 앓고 있다. 한국에는 약 1,200명의 환자가 있다.
- 2004년 8월 25일(수) 오후 6:12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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