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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여름, 부동산시장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올해 중개업소당 거래 건수가 11년 만에 최저치라고 한다. 과다한 융자를 안고 무리하게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금융이자 부담 때문에 집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집이 안팔려 울상이 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1가구 3주택에 대한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유통마비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부동산 침체가 계속될 것인가. 금융부담을 안고서라도 부동산 값 상승에 기대를 걸어보아 야 하는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진단을 들어봤다
전문가들, 투자목적 무리하게 구입한 경우 ‘손절매’ 권고
- 아파트 등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융자 받은 서민들이 아파트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대출금 상환에 힘들 어 하고 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양해근 실장 : 투자목적으로 무리하게 구입한 경우는 수익이 나지 않는 지금 상 황을 고려하면 ‘손절매’ 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하지만 실수요자인 경우는 금리가 높은 수준이 아니 기 때문에 2~3년 후를 기대해 보는 것이 좋다. 보유세, 취등록세 등을 고려하면 손절매 할 경우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가구 1주택으로 실수요자인 경우 은행융자가 부담된다고 하더라도 팔고 전세로 갈 상황은 아니라고 본 다. 지금 같은 침체기에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제 값을 받기 어려운 시점이다. 손해가 너무 크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어 대출금과 이자 상환이 불가능해진 경우가 아니라 정상적인 자금 사정인 경우라면 단순한 불안감만으로 아파트를 처분할 필요는 없다.
유니에셋 리서치센터 김광석 팀장 : 가정마다 자본여력에 따라 고려해야겠지만 부동산 침체는 1년 이상 갈 가능성이 높다. 1인 1주택이라도 70%의 융자금을 상환하면서 1년 이상을 버텨야 한다. 현 시장 상황 을 봤을 때 이자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손절매’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더군다나 아파트 가격 하락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안으면서 유지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 아닌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 : 더 이상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는 ‘매각’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내놔도 안 팔리고 뾰족한 방법도 없다. 다만 부동산이 좋은 점은 최후의 수단으로 들어가서 거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더라도 일단 들어가 살다가 나중에 처분하면 된다. 내 집 마련 목적으로 집을 샀다면 은행 융자 비용이 큰 부담이 없을 경우 계속 보유하되, 본인의 수입 에 비교해 부담이 된다면 손절매라도 해야 한다. 중도금까지는 괜찮아도 입주시기가 닥치면 더 큰 부담 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 : 낮은 이자율만 믿고 무리한 융자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금융부담에 대한 자신의 처지를 냉철히 돌아봐야 할 시기다. 현실적으로 이자비 용과 기타 부대비용 발생이 버겁다고 예상되면 집을 과감히 파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무엇보다 어렵 게 집을 장만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는 여전히 집이 없거 나 아무리 노력해도 내집 마련이 힘들 사람들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맞다.
역전세 대란 세입자의 3가지 전략
- 주택거래 침체 속에서 이사를 원하는 기존 세입자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전세보증 금 반환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이른바 ‘역(逆)전세 대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집 주인과 세입자가 세울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양해근 실장 : 세입자가 계약 만료 전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것이 좋다. 대화의 여 지가 없을 경우 신속하게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번째, 전세금을 반환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반드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 하는 것이 좋다. 임차권 등기를 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이 유지 돼 전세보증금을 반환 받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민사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조정담당판사 또는 법원에 설치된 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제 시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강제조정을 통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로 관할법원에 조 정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세 번째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제기하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 은 소액사건심판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김광석 팀장 : 계약 후 전세금 보존을 위해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아예 보증금을 보장해 주는 보험에 가입 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전세기간 만료 후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 보험사에서 보상 받 을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은 전세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5개월 이내에 보증보험회사 전국 지점에 하 면 된다.
김현아 부연구위원 : 집 주인은 현재 전세 가격에서 전세반환보증금을 줄이면서 세입자가 계속 거주하도 록 유도하는 게 좋다. 세입자가 집을 새로 마련해 나가는 경우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다만 이 경우에 도 전세금을 빼줘야 하기 때문에 다음 세입자를 위해서 본인의 집에 재투자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다.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고 기본 시설을 재보수해서 전세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세입자는 내집 마련을 하지 않는 이상 전세금이 저렴한 곳으로 이사할 필요가 없다. 수천만원 이상 전세 금이 하락한다면 모를까 이사비용, 중개수수료와 같은 거래비용의 소요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2005~2006년 구입 적기” - 최근 모 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70%에 이르는 사람들이 부동산 구입에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 다. 앞으로 전망을 볼 때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는가. 언제쯤이 부동산 구입 적기인가. 양해근 실장 : 지금과 같은 약보합세가 1~2년 정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목적의 가수요는 줄었 지만, 일반 아파트 값이 크게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오는 11월과 12월경 급매물을 노리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물론 매매가격의 60~70%의 실탄은 가지고 거래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융자 부담이 너무 커서는 안 된다. 장기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하향 안정세가 2년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망하면서 매물을 살펴볼 것을 권 한다. 3년 후 2007년은 노무현 정부 임기 말 시점과 그 동안 억눌렸던 부동산 거래가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이전에 구입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기를 놓치면 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 을 것이다.
김광석 팀장: 정부 방침이 규제 강화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에 1년 후 규제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 한다. 그 후 완화책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 주도의 규제로 서민들 도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차츰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2005년 하반기가 적기로 본다.
조주현 교수: 전세에 살던 사람은 한동안 그대로 살면서 저축 등을 통해 자금여력을 확보하는 게 좋다. 정부의 주택마련을 위한 청약 제도들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들이다. 이후 주택가격이 안정된 국 면에서 구입 능력이 생기면 그 때 사는 게 정답이다.
지난해 상승세에 비춰 작은 가격 하락의 체감도 커 보일 수 있다. 주택 가격은 일정한 보합수준을 거쳐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무작정 가격 하락만 유도한다면 서민층인 여러 사람만 피눈 물 나게 하는 것 아닌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위해 거래세 인하돼야
- 아파트 불패신화는 이미 깨진 것인가.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토지, 단독주택이 떠오를 수 있는 건가.
양해근 실장 :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독주택과 빌라는 더 상황이 좋지 않다. 세를 놓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오히려 규제에서 벗어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 토지다. 충청권은 오를 만 큼 올랐기 때문에 수익을 얻기 어려울 듯 하고, 경기도 인근 지역이 무난할 것이다. 단기 수익의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토지가 유망하다고 본다.
김광석 팀장 : 정부가 건설업계 부흥책, 부동산 경기 연착륙 방안이 나오고 있어 토지 수요는 당분간 증 가할 것으로 본다. 단독주택의 경우는 그 자체로는 수익성이 없지만, 허물고 재개발하는 등 토지상품으 로 접근했을 때는 권할 만 하다고 본다.
김현아 부연구위원 : 지난 2~3년 사이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 또다시 아파트에 대한 꿈을 갖지는 말 아야 할 것 같다. 투자자들도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상가쪽으로 이미 눈을 많이 돌렸다. 토지와 단독주 택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 내수 경기의 침체도 맞물려 있다.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를 권하고 싶 다. 부동산 처분 자금과 기타 여유 자금으로 부동산 운용 펀드 등 간접투자가 낫다. 부동산 가격 조정 이 끝날 때쯤 다시 직접투자로 전환하면 된다.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연 무엇을 지향해야 하나. 시장이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고 해서 규제를 갑자 기 풀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게 마련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현아 부연구위원 : 부동산 시장은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중개업법과 상관 없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주 택거래신고제 등으로 벌써 침체되고 있다. 가격 인하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실수요자들도 더 기다리기 마련이다. 거래를 원활하게 하려면 거래세(취득세, 등록세, 양도세)를 인하하는 방법이 우 선돼야 한다. 마냥 이대로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만 심화된다. 인기 없는 지역은 갈수록 가격이 하락 할 게 뻔하다.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과 자산 보유 및 보전에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높은 가격을 끌어내리는 정책이 아니라 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지역에 공원을 만드는 등의 주거환경개선을 통해 전체적인 삶의 질 향상을 꾀해 지역간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조주현 교수 : 주택거래신고제 핵심 실시목적도 실거래가 파악이었다. 그러나 실거래가 파악의 방법으 로 시행하는 제도들이 중개업자와 실수요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양상이다. 부동산 억제관련 정책은 단편적이 아닌 조세제도 개편 등이 종합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미시적인 가격 정책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가격을 어느 수준 까지 낮추는 것보다는 가격 변동이 덜 하거나 과도한 가격 상승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킨 사례는 드물다.
<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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