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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교육이 날로 황폐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어촌 학생 수는 1999년 145만명에서 2003년 124만명으로 5년간 무려 14.5%나 줄었고 농어촌 학교 5194개교 중 6학급 미만의 소규모 학교가 2246개교로 무려 43.2%에 달한다. 농어촌 지역의 공교육비는 대도시의 60∼70%에 불과하고 사교육비는 서울 강남지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낮은 교육투자는 열악한 교육환경과 저조한 학업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격차를 줄이자' 3부에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도농간 교육격차의 원인과 실태를 알아본다.
교사 1명이 2개 이상의 학년을 가르치거나 한 교실에서 2개 학년 이상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복식학급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함께 농어촌 교육문제의 단골 이슈다. 도시화 속에서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에서는 학생 수가 줄자 수업내용과 수준이 다른 여러 학년을 같이 가르치는 복식학급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농어촌 교사들은 복식학급이 수업부실과 학력저하를 가져와 도농간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사들 “제대로 된 수업 못해”=전남 화순군에 있는 아산초등학교 서유분교에 다니는 학생은 모두 18명이다. 두 학년을 합한 학생 수가 13명 이하일 경우 복식 1개 학급으로 편성하는 도 교육청의 기준 에 따라 1·2학년 7명,3·4학년 6명,5·6학년 5명으로 묶어 3개 학급에서 복식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 1,2학년 수업 모습은 복식학급의 교육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6월28일 이 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 5명과 2학년 학생 2명이 학년별로 둥근 반원형 책상에 둘러앉아 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실 한가운데에서 두 학년을 갈라놓고 있는 양면 칠판의 한 쪽에는 1학년들이 배우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꽃그림 오려붙이기’가, 또 한 쪽에는 2학년들이 배우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적어봅시다’가 각각 적혀있었다. 칠판을 사이에 두고 교사가 1,2학년 을 오가는 사이 양쪽의 수업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교사가 1학년 학생들에게 꽃 이름을 가르쳐 주는 10분여 동안 2학년 학생들의 학습지는 교사가 처음 나눠준 빈 칸 그대로였다. 교사가 2학년 쪽으로 가자 1학년 학생 1명이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또 1명은 다리가 아프다며 울기 시작했다.
이 학교의 1,2학년 담임 김성임(50·여) 교사는 올해 초 복식수업을 시작한 지 한달만에 체중이 3㎏이 나 줄었다. 교사 1명이 수십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도시 학교에 비해 10명도 채 안 되는 아이들을 가르치 는 게 쉬워보이지만 학년별로 다른 교육과정을 같은 시간에 나눠 가르치기 때문에 힘이 두배로 든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김 교사는 “한 쪽을 가르칠 때는 나머지 학년에게는 어떤 과제를 줘도 사실상 자습이 아니겠느냐”며 “특히 교사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한 저학년은 복식수업에 한계가 있다”고 말 했다.
◇학생들 “선생님 목소리가 안 들려요”=전교생이 50명인 전남 담양군 남면초등학교 인암분교도 사정 은 비슷했다. 1학년 학생 8명과 2학년 학생 4명이 한 교실에서 함께 수학 수업을 받는 사이 분위기는 산 만했으며 교사는 지친 모습이었다.
담임 조숙희(49·여) 교사가 2학년에게 시계 보는 방법과 달력 빈 칸 채우기를 지도하는 사이 ‘50까지 의 수’를 익힌 1학년 어린이들은 학습지의 빈 칸을 다 채웠다며 선생님을 불러댔다. 학생들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교사에게 쏠려 단식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옆 교실의 3학년 수업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산만한 수업 분위기만큼 복식수업을 하는 교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 ‘음성 충돌’이다. 국어시 간의 경우 낭독 수업이 많은 1학년 어린이들이 교과서를 소리내어 읽을 경우 어려운 낱말 뜻을 찾아쓰 는 2학년 어린이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딴전을 피우기 일쑤였다. 음악시간도 마찬가지다. 1학년은 교사의 반주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고 2학년은 악보 그리기로 수업을 진행하지만 캐스터네츠,탬버린 등 의 소리에 2학년 어린이들이 악보그리기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은 게 당연하다.
농어촌 교사들은 복식학급의 가장 큰 문제로 수업 부실로 인한 학력 저하를 들고 있다. 경인교대 조동 섭 교수가 2001년 초등학교 복식학급 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업성취가 매우 낮거 나 약간 낮다’는 응답이 62.8%로 ‘비슷하다’(28.4%),‘매우 높거나 약간 높다’(8.8%)보다 훨씬 많 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식수업만 6년째인 조 교사는 “아무리 과목과 학습주제를 맞춰도 복식학급 학생들은 절반의 수업만 받 을 수 밖에 없다”며 “우수한 학생들이 도시로 빠져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도시에 비해 제대로 된 수업 을 받지 못하는 것도 학력저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 “뾰족한 해결책 없어”= 2003년 현재 전국 초등학교의 복식학급 비율은 전체 12만3008개 학 급 중 1977개 학급으로 1.6%다. 10년전 10만5361개 학급 중 3811개 학급으로 3.6%였던 것에 비해 절반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강원,전남,경북 지역 등은 여전히 복식학급 비율이 10%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는 복식학급이 아예 없거나 10개 이하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도농간 교 육환경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복식학급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교육당국에서도 복식학급을 한꺼번에 해소할 방법은 없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수에 관계없이 모두 단식수업을 실시하려면 어림잡아도 수천명의 교 사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복식학급을 실시하는 인근 지역의 소규모 학교 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 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 교사와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들을 묶겠다는 접근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농어촌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제대 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광주교대 이정선 교수는 “복식학급을 줄이는 것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갈수록 교육소외지역이 돼 가는 농어촌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교육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라며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만 탓하지 말 고 복식학급용 교육과정 제작,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원격교육,복식용 교수방법 개발 등 도농간 교육격차 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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