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검찰 발표로 공개된 우리나라의 주먹구구식 혈액관리 실태는 국민의 건강이 담당 직원의 사소한 실 수로도 치명적인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어이없는 에이즈 혈액의 유통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7명의 경우, 에이즈 검사를 해도 음성으로 판정되는 에이즈 잠복기(3주~12주) 에 있는 헌혈자 3명의 혈액이 유통된 사례로 밝혀졌다. 피해자 중 3명이 사망했지만 관련자들은 감염 여 부를 확인할 수 없는 잠복기 상태의 혈액을 검사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현재 검사 방법으로는 감염 여부를 모르는 에이즈 잠복기의 혈액이 추가로 유통됐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 이다.
혈액원에서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51명의 헌혈자 명단을 잘못 입력해 에이즈 의심 혈액 146건이 유통 된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에이즈 양성 판정자 이름 ‘김○석’을 ‘김○식’으로 잘못 입력해 에이 즈 의심 혈액인지 모르고 유통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유통된 혈액의 최종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돼 피 해자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혈액원에서 에이즈 양성 판정이 나와도 질병관리본부(전 국립보건원)로부터 최종 양성 판정을 받는 비율 은 1% 수준이라고 한다.
간염 혈액의 유통 과정은 더욱 엉망으로 드러났다. 양성을 음성으로 판정하거나 양성 판정 결과를 음성 으로 잘못 입력했다. 혈액을 바꿔 검사한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15명이 간염 혈액을 수혈 받아 8명 이 간염에 걸렸다.
검찰 관계자는 “에이즈 검사에 이 같은 실수가 있었다면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 다.
◆부실한 혈액관리 시스템
적십자사에서 혈액관리업무의 실무 책임자는 전국 16개 혈액원장이다. 그러나 현재 16명의 혈액원장 가 운데 의료인(의사)은 단 1명도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번에 불구속기소된 전·현직 혈액원장 13명 중 에도 의사는 1명뿐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혈액관리의 실무 책임자 전원이 비전문가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혈액관리법상 의사가 실시해야 하는 채혈과 채혈량 결정도 실제로는 간호사가 전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에이즈 의심 혈액의 관리와 관련, 관련 부서 간의 협력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 다.
조사 결과, 질병관리본부가 최종 에이즈 양성 판정을 내려도 그 결과를 혈액원에 통보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혈액원에 통보해야 할 의무가 없고 에이즈 환자 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통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수사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한 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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