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보는 교육방송 시간 뺏기고 사교육비 그대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7-26 오전 9:38:00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능시험은 교육방송 교재뿐만 아니라 방송 강의 내용에서도 문제를 내겠다
고 밝혀, 각 학교는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까지 혼란을 주고 있다. 평가원의 발
표가 일년 또는 한 학기의 계획을 짜는 학기 초에 발표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산여고 배현규(18·가명)양은 “교육방송 강의 내용이 수능시험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인터넷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면서 “그 시간에 나 혼자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
지만 안 보면 불안해서 집중력이 떨어진 채로 멍하니 보고 있을 때가 많아서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배양처럼 ‘어쩔 수 없이’ 보는 학생도 있지만, 같은 학교 김진희(18)양처럼 아예 보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김양은 “학교에서 교육방송 시청이 반강제적이어서 다 같이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처음엔 열심히
시청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간에 내 나름대로 공부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혼란은 학생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평가원의 갑작스런 발표는 학교 일정에도 차질
을 주고 있다. 군산 ㅈ고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업이 6교시까지 있는 월요일과 금요일에만 한 시간
씩 교육방송을 시청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교육방송에서 수능시험을 출제하겠다고 하자, 3학년뿐만 아니라 1, 2학년 학생들
까지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한 시간씩 교육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ㅈ고 선호경(17)양은 “교육
방송 때문에 학생과 학교 모두 혼란스러워졌다”며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 일정이 교육방송을 보는 시
간 때문에 바뀌었다”고 말했다. 선양은 “점심밥과 저녁밥을 먹는 시간이 한 시간씩 뒤로 늦춰져 학생
들이 항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내놓았다는 평가원의 이런 방침이 효과를 거두고 있긴 하는 것일까 “교
육방송이 수능에 나온다는 발표가 난 뒤에도 다니던 수학 학원을 계속 다니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과
외를 하거나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발표가 있고 나서 그만 둔 애는 거의 못 봤어요. 그만 뒀어
도 곧 다시 학원에 나오더라고요.” ㅇ여고 한수지(19·가명)양의 말이다. 교육방송에서 수능시험 문제
를 낸다는 발표가 사교육비 경감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평가원의 갑작스런
발표는 학교나 학생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으며,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좇는 식이 되고 있다. 두 학교
의 상당수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앞으로는 미리미리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운 뒤 교육정책을 실시해,
그렇지 않아도 공부 때문에 힘든 학생들을 더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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