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내고 덜받는 국민연금법 개정 사실상 무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12-26 오후 8:10:00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20년 이상 늦춰 재정을 안정시키려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원회에서 심의를 못한 채 끝나 연금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연금 관련 전문가·학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비난과 함께 법 개정 무산에 따라 불이익을 보게
될 가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5%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연금 지급액을 생애평균 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춰 기금 고갈 시점을 2047년에서 2070년으로 늦추는 내용이다. 또 연금의 최소 가입기
간(20년)을 채우지 못한 이들에게 연금을 덜 주던 감액연금제 폐지, 이혼한 배우자의 분할연금 지급 등
의 민생 관련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과 민
주당, 열린 우리당 의원들 간의 설전 끝에 심의를 못한 채 다음에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앞으로 국회
일정과 법안심사소위에서 다른 법안들이 모두 통과된 데 비춰 추후에 다시 심의할 가능성이 없을 것으
로 보여, 사실상 올 연금법 개정은 물 건너가게 됐다.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연금법 정부안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
지 못하고, 오히려 직장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불평등만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기초
연금제 도입 등을 선거공약으로 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우선 재정
안정을 시킨 뒤 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등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연금 지급액을 50%에서 55%로 올리
는 수정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당 간 설전만 벌였을 뿐, 법안의 심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끝났다.

연세대 김진수 교수는 “연금법 개정은 외국에서도 노조 등의 반대로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사실”
이라며 “그러나 정치권에서 정략적인 차원에서 연금법 개정에 미적거리면 앞으로 연금법 개정은 더 어
려워져 후세대 부담만 늘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김성태 사무총장은 “국민의 연금에
대한 저항이 정치권을 통해 현실화된 것”이라며 “정부는 현재 논란 중인 연금 재정추계를 재검토해 새
로운 연금법 개정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액연금제 폐지 등 법안 통과에 기대를 걸었던 가입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내년부터 감액연금을 받게 될 이모(59)씨는 “최소 가입기간이 20년에서 10년으로 바뀌었는데도 20년을
채우지 못했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모순이었다”며 “감액연금 폐지 등의 조항은 따로 심의를 해서라
도 이번에 통과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무산에 따라 감액연금 폐지 혜택을 못 볼 이들은 내년에만 2만
2700명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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