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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에 있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 여러분과 노무현 대통령께 연암 선생의 고전 소설 <허생전(許生傳)> 일독을 권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국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이 땅의 수많은 교사 중 한 사람에 불과한 제가 대통령과 국회의원까지 가르치려든다고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 다. 사실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으시라는 투정으로 들으셔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 다.
수업하면서 느꼈던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자다가 깨어 이렇게 글로 적습니다. 특히, 이런 제 생각에 는 저와 늘 함께 생활하고 있는 열일곱 살 난 청소년들의 생각도 들어있기에 더 귀기울여 달라는 말씀 을 드립니다.
제가 최근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하권에 실린 <허생전>이라는 소설입니다. 마 침 어제(9월 15일)가 이 단원의 끝차시였습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제 수업 시간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 의 고등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배웠거나 배우게 될 것입니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께서도 모두 읽어보셨겠지만 이 시기에, 미국의 공식 요청에 따른 전투병 파병 문 제를 많은 사람들이 논의하고 있는 이 시기이기에 다시 읽어보시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허생전>의 끝부분에는 이 작품보다 약 1세기 이전에 제기되었던 북벌론(北伐論)에 대한 내 용이 '이완'이라는 실존 인물까지 거론되며 인상적으로 제시됩니다. 왜 연암 선생은 이 작품을 통해 자 신이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이전의 이 이야기를 꺼냈던 것일까요?
저는 이런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이 작품을 문학적인 측면보다는 학문적인 측면, 곧 실학적(實學的)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실학에 대한 배경 지식을 <허생전> 수업 첫 시간에 잠깐 이야기했더니 학생들은 약간 새로운 각도로 이 작품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물 론 '이용후생'이니 '실사구시'니 하는 어려운 한자어에 대해서는 곤란한 표정도 지어보이더군요.
이완 등이 중심에 섰던 '북벌론'에 대해 허생이라는 인물은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합니다.
"소위 사대부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오랑캐 땅에서 태어나 자칭 사대부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 가 있느냐? ... 이제 대명(大明)을 위해 원수를 갚겠다 하면서, 그까짓 머리털 하나를 아끼고, 또 장 차 말을 달리고 칼을 쓰고 창을 던지며, 활을 당기고 돌을 던져야 할 판국에 넓은 소매의 옷을 고쳐 입 지 않고 딴에 예법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 한 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신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이 부분과 17~8 세기 조선 역사를 함께 고민해보면 당시 집권 사대부들이 정권 유지를 위해 억지 주장 을 펼쳤던 '북벌론'의 허위성이 잘 드러납니다. 아울러 백성들의 실질적인 삶에 눈을 돌리라고 충고하 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학생들이 이번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해 '월남전'의 씁쓸한 과거를 떠올립니다. 제 가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은 월남전과 관련하여 미국이 저지른 과오를 알고 있더군요. 거기에 부 화뇌동한 우리 역사의 부끄러움까지도 말입니다.
더 나아가 이번 미국이 요청한 전투병 파병 요청 규모와 국가적인 부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학생들 중 대다수는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내심 흐뭇하기는 했지만 막연한 판단이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 다. 그래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중요한 의사 결정 중심축에 서 있는 국회의원들과 대통령께 이런 말씀 을 드리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판단이 결국 훗날 역사의 소중한 한 장면으로 남는 것이기에 지금 제가 늘 마주하고 있는 열 일곱 살 청소년들의 생각을 포함하여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다가와 들어주셨으면 한다 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이런 판단들이 언젠가는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역사의 심 판대에 오르게 됩니다. 한치 앞만 바라보고 '국익'이나 '동맹 관계'에만 매달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입 니까?
부디 '당론'이니 '대세'니 하는 이유로 현명한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훗날, 이 땅에 살고 있는 생각 깊은 국민들로부터 '신임받는 신하'로 기억되기를 바라십니까? 아니 면, 죄없는 이라크 국민들을 죽여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의 '푸들' 또는 '지지자'로 기억되기 를 바라십니까?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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