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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없이 이민이나 유학으로 한국을 떠난다는사람들이 속출하고, 한창 일터에서 땀을 흘려야 하는 청 년들은 직장을 찾지 못해 자괴감과 좌절에 빠져 고통을 받고 있다.
국가 산업의 주축인 30∼40대는 꺾일 줄 모르는 사교육비와 `언제 직장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에 휩싸여 전쟁터와 다름없는 직장에서 하루하루 줄타기 곡예를 하고 있다.
◆ `우리는 일하고 싶다' = 17일 서울 한 명문대에서 취업정보업체가 개최한 취업설명회. 이날 행사에 서는 좌석 수백석이 설명회 한 시간 전부터 젊은이들로 빼곡이 들어찼다.
미리 배포된 취업안내 책자도 순식간에 동났고 자리를 잡은 대학생과 졸업생들은 이 기업의 인사담당자 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부지런히 받아 적었다.
졸업 후 새로운 사회생활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치고는 분위기가 자못`비장'하기까지 했다.
이곳을 찾은 윤모(23.여)씨는 "올해 2월 졸업을 했는데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조바심이 난다"며 "나름대로 취업난에 준비를 한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막상 취업일선에 나서보니 일자리 찾기 가 너무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신문지상에는 하반기 취업문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반가운 기사가 오랜만에 큼지막하게 실렸지 만 취업준비생들이 체감하는 취업문은 `낙타가 바늘을 지나가는' 것만큼 좁게만 느껴진다는 표정들이었 다.
같은 날 충남경찰청에서 실시된 여경채용시험 경쟁률은 44대 1에 달했으며, 지난 16일 서울시가 모집 한 행정업무 보조직에는 전체 지원자의 79.3%가 대학졸업자였고 1.9%는 대학원 졸업자 등 고학력 지원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취업난은 대학입시까지 영향을 미쳐 지난 8일 마감된 한양대의 수시 2학기 모집원서 접수 결 과, 리더십 전형 의예과는 155.3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졸업 후 취업걱정이 상대적으로 없 는 학과에 수험생들이 몰렸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실업자 수는 지난 해 같은달보다 4만명 정도가 늘어 난 34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대 청년들의 축 늘어진 어깨에 우리 사회는 또 한번 주름이 지고 있다.
◆ `탈(脫)한국' 발길 이어져 = 지난 6∼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이민박람회 에는 궂은 날씨에도 1만5천명이 찾아 발디딜 틈 없는 성황을이뤘다.
이 박람회에서 특징적인 점은 어린 자녀와 함께 온 30대 초반의 젊은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다는 점이었 다.
미국이나 캐나다로 이민가고 싶다는 주부 서모(35)씨는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들어 이민을 생각하게 됐 다"며 "5살과 3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해외에서 정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주부 최모(42)씨는 "꼭 이민을 가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교육문제 때문에 들렀 다"며 "캐나다 등으로 속속 이민을 떠나는 이웃들이 많아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뒤 숭숭하다"고 털어놨다.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살길을 찾아 나서는 `생계형 이민'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들어 경기침체와 사교육비 증가,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부유층과 젊은층이한국을 떠나는 `도피형 이민'이 많다는 게 주 최측의 설명이다.
이 박람회에 앞서 한 홈쇼핑 업체가 선보인 캐나다 이민상품도 최고 판매실적을올리며 히트상품으로 떠 올랐고 20.30대의 70% 이상이 이민가고 싶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탈 한국'은 이제 점점 선택이 아닌 삶의 목적이 돼가고 있다.
◆ MBA를 선택한 직장인들 = "글쎄요. 성공한다는 확신은 없지만..." 17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에서 미국 대학의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딸 수있는 유학코스를 소개하고 알선하는 업체의 입학설명회 가 열렸다.
이 설명회의 참가자는 대부분 직장생활을 5년 남짓하게 보낸 30대 초반~중반 사이의 직장인들. 간혹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부장님' 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들의 얼굴에서는 새로운 길을 떠나는 설렘이나 기대는 찾아볼 수 없었고 한결같이 긴장되고 걱 정스런 표정으로 미국 대학 관계자와 유학 전문가들의 설명을 심각하게 받아적고 있었다.
국내 대기업에 5년째 다닌다는 최모(31) 대리는 "동료가 하나둘 MBA 학위를 따려고 미국행을 할 때마 다 `뒤처지는 게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난다"며 "사실 MBA 코스가 경영학을 배운다기 보다는 자격증처 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보통 2년 기간인 미국 MBA 과정은 2억∼3억원의 많은 비용이 들지만 올해들어 MBA 과정 입학에 필요 한 GMAT 시험 응시자가 지난해보다 배나 늘었다.
한해동안 국내에서 미국대학으로 500여명이 MBA 과정에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장모(36) 차장은 "인터넷에 개설된 MBA 유학동호회의 회원이한 달 만에 400명이 됐 다"며 "대부분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MBA를 선택하고 있 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든 지원자들은 주위를 조심스레 살피며 더 시름에 쌓인 표정으로 설명을 들었다.
40대 중반의 이모씨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뭐라도 하지 않으 면 안 될 것 같아 MBA설명회를 찾았다"면서 "이 나이에 가족을 두고 외국생활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언어문제도 힘들 것 같다"며 걱정스런표정을 지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업체의 미국본사 존 반레이 부사장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국가의 직장인들이 미국 대학에서 MBA학위를 취득하려고 한다"며 "한국도 최근 몇년 간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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