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매미’는 내년 결혼을 앞둔 남녀의 애틋한 사랑도,노모를 모시고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어느 근로자의 소박한 꿈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마산에서 학원을 경영하는 정시현(28·마산시 월영동)씨는 내년 결혼을 약속한 서영은(23·창원시 상남 동)씨와 함께 바닷물이 엄습한 마산시내 해운동 해운플라자 지하상가 안에서 참변을 당해 주변사람들 을 안타깝게 했다.
이들 연인은 태풍 매미가 급습하던 12일 오후 마산에서 만나 오랜만에 해운프라자 지하 식당과 노래방 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데이트를 즐겼다.
그러나 이날 오후 9시쯤 운명의 태풍이 마산만 일대를 급습하면서 집채보다 큰 해일이 발생해 해운플라 자 지하상가는 순식간에 수몰되고 말았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정씨는 지하상가로 물이 차오르자 서씨와 함께 빠져나오다 서씨가 급물살을 못이 겨 휩쓸려가자 다시 서씨를 구하기 위해 지하상가로 내려갔다가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 내년 결혼을 앞두고 다음달 약혼식을 가질 예정이어서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참변소식을 들은 정씨의 아버지(65)는 12일 밤부터 ‘혹시나’하는 기대감에 배수 및 수습작업을 내내 지켜보다 이튿날 새벽 마침내 아들의 운명 소식을 접하고는 정신을 잃었다.
미국에 사는 서씨의 아버지도 13일 오후 급히 귀국해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았지만 딸은 끝내 평소의 해맑은 웃음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다.
또 12일 오후 11쯤에는 전남 여수시 안산동 부영여고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김모(41·여수시 안산동)씨의 집을 덮쳐 안방에서 잠자던 김씨 부인 최정호(36)씨와 아들 승대(7)군,딸 은진(6)양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
김씨 가족들은 이날 오후 9시쯤 정전이 됐을 때만 해도 닥쳐올 불행을 예감하지 못한 채 촛불을 밝히 고 윷놀이를 하면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었다.그러나 전기가 계속 들어오지 않자 오히려 평소보다 빠 른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돌풍소리에 한참 잠을 못이룬 김씨가 혹시 태풍피해가 있을까 염려돼 집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안 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꽝’하는 소리와 함께 뒷산에서 흙더미가 밀려내려와 안방을 덮쳤다.
김씨는 거실 건너 문간방에서 잠을 자던 노모(63)씨를 구출,우선 피신시키고 가족들을 구조하려 했으 나 이미 안방에 흙더미가 가득차 손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김씨는 119소방대와 경찰 등 구조대의 구조작업을 애간장을 태우며 지켜보면서 가족의 생환을 학수고대 했으나 부인과 자식들은 구조작업 4시간여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부산시 건설안전사업소 소속 공무원 권영기(44·토목6급)씨는 12일 태풍 비상근무를 위해 서둘러 근무 지인 부산으로 향하던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권씨는 부인 신모(42)씨와 고교생인 아들(17),중학생인 딸(15)과 함께 12일 오후 8시쯤 88올림픽고속 도로 합천터널 부근에서 엘란트라 승용차를 운전하다 무쏘 차량과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권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아내와 아들,딸은 중상을 입고 진주 경상대병원과 부산 백병원에 서 치료를 받고 있다.권씨는 추석연휴를 맞아 경남 거창에 있는 처가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권씨는 지난 1992년 덕포초등학교 등 소음이 심한 지역의 학교들에 대한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방음벽 설 치를 적극 권장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동료들은 “권씨가 주경야독 끝에 최근 기술직의 최고 권위인 토목시공기술사 자격과 부산대학에서 토목 공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국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