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못쓴다고 차마 말하지는 못하고 평생 누가 알까 조마조마하며 살아왔는데, 드디어 한자 한자 배 워가며 한을 풀고 있습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한 약국건물 4층 서울 어머니학교 교실에서는 글을 모른다는 한 때 문에 늦은 나이에 용기를 내 깨우쳐가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는 어머니들의 조촐한 개교 10주 년 기념식이 열렸다.
무더위도 아랑곳 않은채 `찜통 교실'에 모여든 재학생과 졸업생 어머니 80여명은 긴세월동안 글 을 모르는 고통을 안고 살아왔던 서로의 심정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잘 알기에 삽시간에 화기애애한 분위 기를 만들어냈다.
이 날 축사를 한 재학생 용정임(58)씨는 "똑바로 썼는데도 잘못 쓴 게 아닌가, 지금 배워서 무엇 하나 하는 막막함에 주저했었는데, 어머니 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처지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해 주는 친구들을 만났고, 한이 서렸던 글도 한자 두자 배워 자신있게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용씨는 이어 "학교가 문을 연 10년전 이 곳을 알았더라면, 삶이 훨씬 덜 답답했을텐데.."라며 "앞 으로 우리 학교가 널리 알려져 답답한 어머니들의 속을 모두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8월 문을 연이래 2천여명의 어머니들에게 문맹의 한을 풀어준 어머니학교는 6개월 과 정, 10개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 자원봉사 활동가로 구성된 교사 11명이 가르치는 과목은 국어와 수학, 영어, 한문 등이다. 어머니들이 내는 회비와 졸업생, 각계각층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민간단체인 어머니학교는 1년 에 한차례씩 정기총회를 갖고 한해를 평가한 뒤, 교장, 교감을 교사들이 직접 선출하는 자율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최창호 교장은 "과거 여자는 배우면 안 좋은 일만 생긴다는 잘못된 선입견 탓에 초등교육조차 받 지 못하고 집안에서 가슴앓이 하던 여성들이 학교를 찾아와 자신감을 되찾고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 다 너무 자랑스럽다"라며 "남성과 달리 7%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문맹률을 퇴치, 그들이 글 때문에 빼앗겼던 삶을 되돌려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