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을 넘자, 올빼미 등산 바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8-08 오전 10:44:00
끈적이고 짜증나는 여름 밤. 해가 떨어져도 한낮에 바짝 달궈진 대지는 쉬이 식지 않는다. 상쾌한 한줄
기 바람이 애타게 그립다. 그렇다면 땅거미질 무렵 배낭을 꾸려 산에 오르자. 빌딩숲 우거진 대도시 주
변에도 산은 어김없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의 관악산.아차산.수락산, 대구 팔공산, 광주 무등산, 부산
의 금정산 …, 아니면 이름없는 야산이라도 좋다. 도심 야간 산행. 줄여서 '야산(夜山)'. 열대야 탈출
을 위한 week&의 이번 주 제안이다. 시원한 산바람과 밤바람이 기다린다. 산에서 감상하는 도시의 야
경은 특별 보너스.

저녁 8시. 배낭을 멘 이들이 하나 둘 몰려드는 서울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6번 출구 앞. 관악산 야
간 산행을 시작하는 기점이다. 관악산을 오르는 방법은 많다. 서울대 옆길도 좋고, 경기도 과천에서 출
발하는 코스도 있다. 하지만 야간 산행은 주로 사당역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늦은 밤 산행을 끝내고 지
하철을 이용, 바로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 산행은 본래 노련한 산악인의 전유물이었다. '야간 산행'이란 말엔 아무나 범접하기 힘든 '어떤
것'이 있었다. 훤한 대낮에도 벅찬 봉우리를 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오르는 일은 분명 모험이었다.
어느 산의 어느 봉에서 일출을 맞았다는 식의 무용담은 그들만의 것이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저녁에 경기도 의정부를 출발, 수락산 정상을 지나고 불암산을 거친 뒤 아차산에서 한강의 일출
을 맞는 12시간 산행을 '서울 야간산행'이라 불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일반인들이 밤에 산을 오른다. 직장일을 마치고 서너시간 산을 즐긴 뒤 다음날
멀쩡하게 출근하는 '올빼미 등산족'들도 있고 저녁 시간 'TV 앞 평화'를 과감히 뿌리치고 야간 등반을
하는 가족도 있다. 모험형에서 나들이형으로, 밤샘 코스 대신 3~4시간 코스가 야간 산행의 새 개념이
됐다.

사당 역에서 남현시장 골목길을 따라 걷기를 15분, 산밑 초입에 다다랐다.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
다. 나무가 우거져 달빛 한 줄기 스며들지 못한다. 바람도 없다. 땀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서서
히 숨이 차오른다. 계곡물 소리를 따라 20분쯤 오르니 약수터가 나타났다.

목을 축이고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15분쯤 뒤에 다시 약수터가 나온다. 물이 많은 등산길이다. 잠깐
씩 땀을 식히고 숨도 고를 수 있다. 기어이 산 능선에 올랐다. 밤바람이 목줄기에 감겨온다. 시야가
확 트이는 게 가슴 속까지 후련하다.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계곡길과 달리 능선은 대체로 완만하다.
능선 너머로 연주암(629m)이 보인다.

능선을 따라 15분쯤 오르니 바위 봉우리(370m)가 나온다. 야간 산행의 종착점이다. 연주암 정상엔 굳
이 오를 필요가 없다. 정상까진 20분 거리밖에 안 되지만 밤이다. 무리하지 않는다. 너럭바위 위에 자
리를 잡고 앉았다. 선선해지나 싶더니 은근히 춥다. 준비해간 외투를 꺼내 입었다. 서울 시내가 내려
다 보인다. 멀리 남산 타워에서 불빛이 반짝거린다. 서울을 휘감고 지나가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편이 훨씬 밝다. 강남 테헤란밸리 쪽이다.

구도 '야호'를 내지르지 않았다. 산을 좋아하는 이는 알고 있다. 산도 밤엔 잠을 자야 한다는 걸. 조
용히 올랐다 조용히 내려올 뿐이다. 가슴 속의 '야호'로 충분하다. 1시간 남짓 걸렸다. 계곡도 올랐
고 능선도 탔다. 땀도 충분히 흘렸다. 야경은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다. 관악산이 밤에 인기 있는 이유
를 산에 올라서야 알 수 있었다.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산행 도중에 여러 팀을 만났다. 그들도 큰 소리는 내지 않았다. 사당역 앞에
도착하니 밤 11시다. 도시는 여전히 열대야로 지쳐 있었지만 배낭을 멘 이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부산 금정산
=>부산의 북한산으로 불리는 금정산. 사람의 발길이 잦고, 산에 접근하는 코스도 다양하다.국립공원이
아니어서 야간 산행이 가능하다. 금정산 등정의 일반 코스는 동래온천장을 출발, 동문을 통과한 뒤 부
산산성과 금정산 주능선을 따라 정상(801m)에 오르는 종주. 왕복 7시간이나 걸려 야간 산행으론 적합
하지 않다.

야간 산행 코스는 청룡동 지하철역에서 시작한다. 20분쯤 걷다 보면 범어사 매표소가 나온다. 여기에
서 왼쪽으로 틀어 금강암 계곡을 탄다. 1시간30분간 다소 지루한 계곡 산행이 이어진다. 계속 물소리
가 들리긴 하지만 바람은 쉬이 통하지 않는다. 부산산성 북문에 올라야 시야가 트인다. 정상까지 30분
간 능선을 따라 걷는다. 동래 온천지대의 화려한 야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일반인은 보통 이 코스를 되밟아 돌아온다. 하지만 내원암.청련암 쪽 계곡길을 따라 내려갈 수도 있
다. 이쪽 길은 금강암 쪽보다 험한 편이다. 2시간 동안 이어진다.


서울 아차산
=>가족 단위 산행에 잘 어울린다. 전체 경사가 완만하고 산에 접근하기도 쉽다. 더욱이 아차산에서 내
려다보는 야경은 단연 압권이다.

아차산 산행은 지하철 5호선 광나루 역에서 시작한다. 1번 출구로 나와 도로를 따라 15분 걷다 보면 아
차산 생태공원이 나온다. 생태공원에서 충분히 물을 준비한다. 비로소 산행이 시작된다.

숲길을 따라 25분쯤 오르다 보면 해맞이공원이 보인다. 아차산 산행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강
건너 강남 테헤란밸리의 화려한 밤풍경이 펼쳐진다. 이곳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헬기장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능선이다. 산행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헬기장에선 멀리 경기도 구리시까지 내다볼 수 있다. 다
시 20분쯤 오르면 용마산(385m) 정상. 여기에선 서울 동북쪽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노원구.중랑구 아파트 단지가 멀리 보인다. 지하철 7호선 중곡역까지 하산 45분. 쉬엄쉬엄 3시간이면
산행이 끝난다.

+++ 야간산행 Tip +++

[무리한 산행은 금물] 밤에 산에 오른다는 걸 명심하자. 익숙한 코스를 택해야 한다. 굳이 정상을 고집
할 필요도 없다. 휴식 시간을 합쳐 3시간 안팎의 코스가 적당하다.

[혼자 떠나지 말아라] 서너 명 이상의 단체를 이루는 게 좋다.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게 가장 안전하
다.

[재미있는 코스를 찾아라] 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하는 산행에선 제 아무리 그럴싸한 풍광이라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물소리 들으며 오르는 계곡과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능선이 적당히 섞여야 산행이 즐겁
다. 정상이 아니더라도 전망 포인트는 꼭 있어야 한다.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산행이 끝나는 시간이 늦은 밤이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편해야 산행 뒤 집
에 가는 길이 쉽다.

[아무 산이나 오르면 안된다] 북한산 야간산행은 불법이다. 모든 국립공원은 일몰 뒤 등산이 금지됐
다.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

[준비물] 랜턴(머리띠 형이 편리하다. 시중 등산용품점에서 3만~5만원에 판매한다). 휴대전화.긴팔 외
투.등산 지도.구급약.

도움말 : 산머루산악회 정유식 대장 (02-468-884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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