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훌륭한 사진작가도 하롱베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 시 미군도 감탄하여 차마 폭격하지 못했다고 하는 하롱베이의 빼어난 절경에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프랑스 영화 '인도차이나'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진 이곳은 바쁜 일 상을 떠나 풍류를 즐기고픈 관광 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바이차이 선착장에서 바라본 하롱베이는 안개에 싸여 있다. 야자수나 무와 짚으로 만든 원두막이 있는 뭍에서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그곳 은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을 듯한 고요한 바다다.
제멋대로 생긴 검푸른 석회암으로 된 섬들이 둥실 떠다니고 희뿌연 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수묵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94년 유네스코가 세계 3대 문화유산으로 선정한 하롱베이는 1만5000 ㎢ 3000여 개의 섬들로 둘러싸인 만이다. 베트남 동북부에 위치해 있 고 중국 남부와 인접해 있는 이곳은 '박보'(통킹)만을 통해 큰 바 다 로 통한다. 용이 내려와 적을 물리치고 베트남을 구했다 해서 이름이 하롱(下龍)이다. 바다임에도 잔잔한 파도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 서 섬 한가운데에 서면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움이 느껴진 다. 용이 정말 존재한다면 바다 밑에 조용히 잠들어 있지 않을까?
동남아시아 특유의 소나기인 스콜이 한 차례 휘몰아치더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빛이 내리쬔다. 다채롭게 변하는 날씨에 따라 섬의 모습도 다양하게 변한다.
선명했다가 흐렸다가 안개에 가려졌다가 다시 햇빛에 다이아몬드빛을 반사한다.
단아한 자태로 곧게 서 있는 섬, 돛단배나 연꽃처럼 생긴 섬도 있고 어떤 것은 사람의 얼굴이나 동물 을 닮았다. 이름도 제각각이다. 두꺼 비섬 용섬 장닭섬 도자기섬 말안장섬…. 아직 1000여 개의 섬에 만 이 름이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이곳의 모든 섬을 탐험하기란 쉽지 않다 는 방증인 셈이다.
섬에 다다르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해수면에서 100개의 돌계단 을 올라가면 '하늘의 성'이라는 뜻 의 천궁동굴이 나온다. 빗물이 괴 어 톡톡 떨어지는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 고 웅장한 내부로 이어지는데 그곳에서 굽이굽이 돌을 밟으며 들어갈 수 있는 길은 130m나 된다.
색색 인공조명은 조금 거슬리지만, 더 깊이 들어갈수록 천연의 모습 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이곳 을 '경이로운 동굴'이라 불렀다고 한다.
양쪽 벽에는 사람, 동물이나 신비한 모양의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 다. 제멋대로 자란 듯한 종유석 과 석순들이 굴곡을 이루고 높은 천장 에 반사되는 보석색 빛이 동굴의 윤곽을 드러낸다.
천궁동굴이 가장 화려하고 유명하지만 다른 동굴들도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멋이 있다. 자연의 존귀함 이 빚어낸 환상의 조각 작품인 동굴 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몇 개나 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한 다. 하롱베이에는 어민들이 산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은 수상가옥 에서 생선 새우 게 등을 양식 한다. 10평 남짓한 그 집을 지나갈 때면 직접 뜬 회도 맛볼 수 있다.
돌아오는 배 안에는 전통 베트남식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잠시 엔진 을 끄고 섬 한가운데에서 새우, 엘리펀트 피시 등을 맛보는 기분은 또 다른 기쁨 중 하나.
에메랄드빛 바다의 파노라마와 둥근 바위섬 사이로 야생화가 피어 있 는 이곳에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우 리 인간과 갈매기뿐이라는 느낌이 들 때는 기분이 묘하다.
1950년 프랑스 아세트 출판사가 선정한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하롱베이. 전설만이 유일하게 존 재를 설명해 주는 그곳에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광활한 자연이 있다.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