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기가 신의 정원이구나! 내일(2003년 6월 20일)이면 우리나라가 태풍 소델로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상대의 예보가 있 었지만 바다는 잔잔했다.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잔잔한 파도들이 담고 있는 듯 했다.
고요함 속에 들어 있는 폭풍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무력해 질 수밖에 없는지 다시금 돌아보며 장승 포항에서 외도로 가는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은 약 100여명이 승선을 할 수 있었는데 날씨가 화창한 덕에 장승포항은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 루었고, 선장은 꽉 찬 손님들로 흥겨워져 노래로 감사의 뜻을 전하며 외도로 향한다.
외도로 가는 길에 잠시 유람선이 멈추어 선 곳은 '해금강(海金剛)'이었다.
섬이라고 해야 할지 바위산이라고 해야할지‥.
거대한 암석이 바다에 우뚝 솟아있고 흙 하나 없을 것 같은 그 곳에는 해송이 우아한 자태로 우리를 내 려다보고 있었다. 노란 원추리 꽃이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며 바위산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아, 신들의 정원이 바로 이 곳이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터졌다.
무엇보다도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해송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그 곳에 뿌리를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린 것도 모자라 파도가 일 렁이는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오직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 의존하여 목을 축이며 자란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푸른빛을 잃지 않았으며 오히려 도도하게 감히 파도가 범접할 수 없는 그 높은 곳에서 파도를 호 령하듯이 내려다본다.
해금강에 얽힌 선장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오직 눈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산들과 해송이 내 마음 깊은 곳을 헤집고 들어온다.
'나는 이런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기 때문에 단 한 번도 대충대충 살아온 적이 없다. 만일 단 하루 라도 대충 살겠다고 하는 순간이 내 삶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겠지. 나는 단 한 줄기의 빗방울에도 감사 하고, 아주 작은 이슬방울에도 감사하고 살아간다.'
다시 섬들과 멀어진다. 외도로 들어가기 위해서 섬들과 작별을 한다. 언제 다시 그들을 만나게 될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해금강이 내 마음속에 각인해 놓은 이야기는 늘 내 삶에 남아서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난생 처음으로 외도란 곳을 설렘으로 밟았다.
그러나 그 곳은 너무 인공적인 가미가 많은 것 같아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야생화를 기대하 고 갔다가 원예종만 가득한 것을 보고는 아무리 사람들이 아름답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자연 스스로 피 워 낸 작은 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도 쫓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장승포항으로 돌아오는 유람 선에 몸을 실었다.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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