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투자 관광지조성 드라마 세트장, 막내리면 "막막"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5-13 오전 10:49:00


'파리 날리는 TV드라마 세트장.'
 
지방자치단체들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지었던 TV드라마 세트장들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 MBC 드라마 <허
준>을 찍었던 충북 충주시 'MBC 세트장', KBS 드라마 <태조 왕건>을 찍었던 충북 제천시 'KBS 해상세트
장' 등은 드라마가 끝난 후 찾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다.
 
충북 충주시 살미면에 있는 'MBC 세트장'. 드라마 <허준> <홍국영>을 촬영하기 위해 장터와 나루터를 재
현한 이 세트장 입구에는 '진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은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관광객이 다녀간 흔적
은 찾아볼 수 없다. 입구에 위치한 간이휴게소도 문을 닫은 지 오래된 듯 쓰레기봉지만 나뒹굴고 있다.
 
입구를 지나 세트장으로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바퀴를 돌아보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초가집 10여채와 망루 하나가 세트의 전부다. 문짝은 떨어져 있고 잡풀만 무성하다. 드라마 방영이 시작
된 2001년에 8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지만, 지난해에는 2만명으로 줄었다. 요즘은 거의 찾는 사람이
없다.
 
충주시는 이 세트장에 부지 조성비로 5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수익금은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 관리
비로 매달 50여만원씩 지출하고 있다. 충주시청 문화관광과 이형구 계장은 "추가로 자금을 투자해야 할
지, 이쯤에서 손을 떼야 할지 고민"이라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농민들에게 부지를 나눠줘 채소나 키우
게 하는 것이 낫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충주호변의 KBS 해상세트장은 제천시가 프로그램 제작비, 부지 조성비 등으로 총 12
억원을 투자해 지었다. 2000년 드라마 <태조 왕건>이 한창 인기를 끌 때에는 12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기
도 했지만, 해가 갈수록 그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 2001년에는 80만명이 찾았으며, 지난해에는 37만명으
로 줄었다. 올해에는 4월까지 12만명이 다녀갔다. 수입은 한해 2,400여만원의 주차료가 전부다. 공휴일
인 지난 5월8일에도 고작 10여명의 '단체' 관광객이 들어와 세트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갔을 뿐이다.
 
이날 부산에서 세트장을 찾았다는 김영일씨(44)는 "옛날 가옥 10채만 있는 것이 전부라는 사실에 실망했
다"며 "주차료가 아깝다"고 말했다.
 
해상세트장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청풍문화재단지 세트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SBS 드라마 <대망>과
<천년지애>를 촬영한 이곳에 제천시는 2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2001년 10월 개장 후 2∼3개월만 관
광객이 몰렸을 뿐 이후로는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천시청 문화관광과측은 "문화관광부에 '관광지 지정'을 신청했다. 관광지로 지정되면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며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태조 왕건> 등을 촬영하기 위해 문을 연 경북 안동시 세트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안동시가 40억원을 들
여 지은 이 세트장은 2001년 38만명의 관람객이 찾았지만, 지난해에는 33만명으로 줄었다.
 
지자체가 TV드라마 세트장에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별다른 관광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같은 현상은 지
자체들이 드라마가 끝난 이후의 활성화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짓고 보자'는 생각으로 세트장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대학 관광경영학과 권혁률 교수는 "세트장 하나로는 관광상품화가 힘들다"며 "각종 이벤트를 여
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굿데이 글·사진/충주·제천·안동〓최갑수 기자 ssuchoi@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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