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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 마니아들이 그린 그림을 어릴 적 남의 집 담벼락에 끼적거리던 낙서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 이다. 이들의 손에 분무 페인트만 쥐어주면 구름을 뚫고 승천하는 황금빛 용에서부터 디자인 감각이 돋 보이는 기하학적 상형문자, 아찔한 의상의 금발 미녀까지 한순간에 화가 뺨치는 작품이 뚝딱 만들어진 다. 이른바 '거리의 예술가'인 셈이다. 그래피터들의 주 활동무대는 한강둔치로 이어지는 터널 벽과 홍익대 뒷골목 일대. 건물주나 공공기관의 허가를 받아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철거될 건물벽에 그림을 그리는데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들에게 '낙서하지 말라'며 야단을 맞 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기한 듯 구경하다가 오히려 자기네 집 담벼락이나 가게 인테리어로 그래 피티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습니다." '기노시타'라는 예명을 가진 대학생 정원준씨(23)는 그래피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다음카페에만 120개 이상의 동호회가 활동 중이며 그래피티를 이용한 낙서 패션도 유행하고 있다. 그래피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문화행사에서 그래피티 공연은 단골 인기 이벤트다. 오는 18 일 서울 보라매공원의 청소년 힙합 페스티벌에서는 그래피티 마당이 펼쳐질 예정이다. 그래피티 공모전 이나 경연대회도 속속 생겨나 마니아들간에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청소년 문화센터인 하자 센터에서는 그래피티 강의를 마련하고 있다. "정해진 틀없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는 자유로운 미술 표현기법과 창조 력을 높이는 데 정말 좋아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그래피티 마니아 대학생 송희진씨(20)는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는 데는 그래피티가 가장 좋다"고 극찬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그래피티 대회에 참가 해보는 것이 꿈이다. 그래피티가 거리문화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 말 미국 뉴욕의 젊은이들에 의해서다. 빠르고 간편하게 그 림을 그릴 수 있는 공업용 스프레이로 반전·평화·사랑의 목소리를 담은 벽화를 지하철과 건물벽에 표 현하면서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 빠르게 정착됐다. 국내에는 90년대 말부터 힙합이 큰 인기를 끌면서 그래피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 직 마음놓고 그림을 그릴 만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외국의 경우 거리 예술로 인정을 받으 면서 행정당국이 허가된 장소에서 합법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배려를 해주고 있다.
굿데이 강시내 기자 kang@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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