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화가들 대구참사 화폭에 담아 전시 `눈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4-23 오전 11:24:00
"하늘에서 보고계실 거예요, 슬퍼하지 마세요, 같이 눈물 흘릴 거예요, 찢어질 것 같아요"

구구절절, 마음 아픈 사연이 빼곡이 적혀있는 화폭의 추모글귀가 적힌 란에는 유족과 시민들의 절규의
한과 아쉬움, 미안함 등이 여과없이 담겨져 있었다.

지난 19일부터 중. 고등학교 미술 교사와 대학교수 등 25명이 모여 대구지하철 참사의 슬픔과 비통함,
영혼에 대한 염원, 추모의 마음을 담아 작은 미술관에 한 폭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
다.

이번 특별기획전을 열게된 우봉미술전시관(이하 미술관)에는 2. 18 대구참사의 현장을 옮겨놓은 듯 지하
철 참사의 아픔과 비통함, 분노, 절규 등을 표현해 내고 있어 미술관을 찾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심
어주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대구지역에서 미술활동을 해가고 있는 젊은 미술인 25인이 모여 대구 지하철 참사의 비통
함을 그려냄으로서 몇몇 미술인들이 바라본 사회적 기능과 현실비평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
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22일 기자가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찾았지만 첫날에는 손님이 많이 찾았다는 말을 전하는 미술 관계자
의 말과는 달리 미술관에는 적막함마저 느꼈다. 허나 미술관은 찾는 이가 없어도 외롭거나 쓸쓸하지는
않았던 이유는 젊은 미술인들의 자신들의 정열과 혼을 담아 대구참사의 기억들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속
에 내재한 아픔과 기억들을 씻어 내려간다는 의미에서는 그 어떤 자리보다도 값지고 의미있는 자리였다
고 생각된다.

미술관과 가까운 거리에 예술고등학교의 미술작업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의외로 학생 관람객들이
적막한 미술관의 고요함을 깨우는데 일조를 다하는 듯 했다.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에는 25인의 미술가들의 혼과 추모의 마음이 한층 묻어나듯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
들의 흔적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미술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작품 개관일을 맞아 미술인 들이 직접 현장에서 지하철 참사의 현장을 4시
간 동안 땀흘려 작업해 냈다는 점에서 죽은 이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작은 보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미술관을 찾은 예비미술 학도인 예고학생들의 시선과 관심도 남다르듯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 인상적이
었다.

미술관을 관람하던 김유진 학생(K예고. 2년)은 추모의 글을 적는 미술작품에 다가서서 '여러분들의 몫까
지 열심히 살렵니다'는 글귀를 적기도 했다.

그는 "지하철 사고가 난 현장에도 가보았지만 정말 우리가 돌아가신 이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겠
다는 생각을 절실히 느낍니다"며 숙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또 다른 학생인 이현아 학생(K예고 2년. 디자인전공)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자리에서 "지하철 참사만
생각하면 너무나도 답답하고 가슴아픈 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
다"는 작은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미술관 곳곳에 전시된 대구참사의 현장작품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꼼꼼하게 노트에 적어가고 있던 이윤
지 학생(K예고 2년. 디자인전공) 학생은 "자세하게 그림에 대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지하철 참사를 떠올
려보면 얼마나 슬프고 비통한 일인가를 알 수 있는 미술작품인 것 같다"는 말을 전하며 "사람들이 많이
죽어간 것이 불쌍하고 ... 마음이 착잡하다"고 하였다.

갑작스런 학생들의 방문에 김진혁 디렉터(우봉미술관)는 손수 학생들을 안내하면서 미술작품에 대한 설
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학생들도 일일이 자신들이 준비해온 노트에 메모를 해가면서 그 의미를 적어 가는
모습도 돋보였다.

한 모퉁이에 걸려있는 미술 작품에는 이번 지하철 참사로 숨진 영혼들을 달래듯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
요, 억울한 마음 그곳에서나마 그대들의 한을 푸세요"라고 적혀있었다.

또한 여러 곳에서 유족의 글로 보이는 글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나마 숙연케 하는 자리가 되었
다. "오빠가, 사진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우리 이 다음에 만나자, 부디 하늘에서 행복하세요"라는 글들
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붙잡았다.

이번 미술관 기획작품전이 비록 규모가 작고 일반적 관심을 끌기에 부족한 것처럼 비춰졌는지는 몰라도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생명존중.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데에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되었
다고 여겨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생각해야 할 대구참사의 고통스러운 현장을 미술적 시각을 통해 우리에게
암시해 주는 미술인들의 메세지가 무엇인지는 엿볼 수 있길 바란다. 또한 그들이 현장 작업을 통해 가감
없이 추모의 현장을 그려낸 작품세계를 통해 절망과 고통에 늪에 빠진 대구를 새롭게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생명의 에너지, 평범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자리로 이어지길 고대해 본다.

다음은 김진혁 디렉터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이번 미술전시회를 열게된 계기는 무엇인가?

" 지하철 참사가 끝날 무렵 지역에 미술을 하는 사람들로서 현장의 참사를 화폭에 담아봄으로서 미술 인
으로서의 사회적 기능과 비판적 시각을 나타내 보고 싶었다."

- 이번 작품은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이번 작품을 위해 25명의 지역의 현대 한국화가들의 의미 있는 작품전의 계기를 열고자 함이었다. 지하
철 참사에 대한 슬픔. 고통. 비애. 영혼에 대한 위로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 김 디렉터 작품은 어떤 내용이었는가?

"나역시 고통스런 상황을 그려내는 화가의 입장을 표현해 낸 것으로 피에 저린 슬픔, 대구참사로 숨진
이들이 우주로 떠나는 모습을 별로 승화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 이번 작품을 여는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다른 상업적인 작품과는 달리 의미 있는 주제를 갖고 서로 협동하여 작품을 만들어 가는데 큰 의미를
두었다.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화가들이 현장을 자주 방문하여 그곳의 표정을 잘 담아낼 수 있도록
독려한 부분이 작품에 잘 표현해 낸 것 같다."

- 작품전을 다 완성시킨 후 어떠한 감정이 들었는가?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사고수습 과정에서 대구시, 검찰, 경찰 등 지방능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가 기울일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 실
망스럽다. 반면, 시민들은 눈물겹도록 자원봉사로 참사현장을 지켜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

- 이번 미술작품전의 의미는 무엇인가?

" 일반인들이 현장에서 보는 것과 작가들이 미술작품을 통해 새롭게 대구참사를 그려내는 다큐멘터리 아
트, 기록적 의미라는 점에서 뜻깊다고 할 수 있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이번 기획전을 마친 후 기회가 닿는다면 지방순회를 통해 대구참사의 의미를 알려나가고 싶은 마음이
다. 또한 이번 작품을 책자로 만들어 여러 관계기관에 배포해서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
나지 않는 교훈으로 삼고 싶다."


/김용한 기자 empal4u@empal.com

[덧붙이는 글
우봉전시미술관(전화: 622-6280/ 프린스호텔 뒷편에 위치함)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는 오는 30일까지 오
후 6시까지 전시될 예정임.]

오마이뉴스 20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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