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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금정산 고속철노선 통과를 반대하며, 부산시청앞 광장에 서 38일간 단식기도를 했던 경남 천성 산 내원사의 지율스님이 문 화일보에 글을 보내왔다.
장기간의 단식 후, 병원에 가라는 충고를 뒤로 하고 내원사에서 된장 국물과 쌀 끓인 묽은 미음으로 건 강을 회복한 그는 천성산 의 아름다움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생태문화 체험 프로그램 을 운영하는 등 천성산 지킴이로서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새벽의 여명을 걷어내기 위하여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한다. 새소 리에 잠이 깬 시냇물들은 물안개를 피 워 산기슭으로 올려보낸다. 아직 다 오르지 못한 물안개는 이제 막 눈을 뜨는 앵초 잎에 이 슬로 남아 있다. 일상의 분주함으로 돌아가기 직전, 긴장으로 또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일과에서 순간이나마 벗어 나고 싶은 사? 宕涌“?잠시라도 꽃잎에 내려앉은 한 방울의 맑은 이슬이 되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불경에는 모든 것이 안개와 같고 이슬과 같다고 하였다. 오늘 자 신에게 일어 날 많은 일들을 이제 곧 떠오르는 아침햇살에 부서 져 허공 속으로 곤두박질쳐 사라져버릴 풀잎에 맺혀있는 이슬의 여정이라고 생각해보자. 그것은 허무주의가 아니라 우리 삶의 단 편적인 순간에 찾아오는 통찰이다.
그 한방울의 이슬은 우주적인 무의식으로 통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한방울의 이슬이 되어보려는 노 력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되거나 숲이 되거나 자유로운 새가 되어보자. 때로는 차가운 바 위에 붙어 비 를 기다리는 이끼가 되기도 해보자. 그런 체험들은 사물과 우리의 관계를 밀접하고 친근하며 생동감 있 는 것으로 느 끼게 해준다.
사람들이 숲으로 들어서서 숲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긴장 때문이 다. 만일 우리가 산을 오를 때, 정상 을 오르려는 마음을 놓아버 리고 그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한그루 나무의 벗이 된다면 우리 는 부담 없 이 그 나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부드러운 흙냄새를 맡으며 그 나무 아래 누워 잠들기도 할 것이다. 새 들이 날아와 단잠을 깨우려해도 우리는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사물과 하나 되려는 체험은 우리 삶의 환영이 얼마나 무서운 집 착인지 알게 해주며 존재의 부재라는 명 제는 수많은 가치와 의미 부여로 시달리는 우리 삶에 균형을 잡아준다. 자아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자연 의 섭리 속에서 자신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연적인 삶의 방식은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찰나적이고 일회적인 삶의 순간에 최선 을 다하여 열심히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주 어진 조건에 만족하며 필요 이상으로 축적하지 아니하고 조촐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주위의 지인들 중에 느리게 살기운동, 면허증, 카드, 휴대전화, 내집 안가지기 운동 등을 하시는 분들 이 계신다. 이러한 분들이 야말로 성공과 출세에 현혹되지 않고 건강한 미래를 일으켜나갈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게으른 일꾼이 아닐까.
naewon-sa@hanmail.net
문화일보 20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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