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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염찬호·66세 최예순 부부
자식들 적극 권유로 참석…연애 2년만에 7일 화촉
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호텔 그랜드홀에서는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가족들과 하객 2백여명의 박수를 받으며 팔짱을 끼고 웨딩마치에 맞춰 입장한 신랑.신부는 염찬호(70)할아버지와 최예순(66)할머니. 칠순 가까운 나이지만 신부의 얼굴에서는 짙은 화장 밖으로 수줍음이 드러났고 주름살이 깊게 팬 신랑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만수무강하고 백년해로하시라"는 아들.며느리들의 축하인사에 두 사람은 쑥스러운듯 "고맙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들에게 이날 결혼식은 재혼식. 두 사람이 만난 건 2000년 한 결혼 정보업체가 주최한'어버이날 효도미팅'에서였다. 불치병을 앓던 부인을 1987년 잃고 혼자서 3남1녀를 시집.장가 보낸 할아버지는 97년 둘째 며느리 안정순(33)씨가 처음 미팅 얘길 꺼냈을 때 "남세스럽다"며 손사래질을 쳤다.
하지만 아들들도 "심심풀이로 한번 나가보시라"며 권유했고 '자식들에게 혼자 남은 늙은이가 짐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어 참가를 결정했다고 한다.
첫 미팅에 참가한 뒤 할아버지는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미팅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저 같은 처지의 노인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을 뿐 재혼엔 큰 관심이 없었다. 큰아들 용수(38.인쇄업)씨가 "마음맞는 분이 없느냐"고 떠봐도 "늙은 애비를 놀린다"며 웃음만 지었다.
2000년 처음으로 미팅에 참가했던 할머니도 재혼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92년 폐암으로 남편이 세상을 뜬 뒤 세 아들 뒷바라지로 정신없는 세월을 보내고 나니 노년의 외로움이 찾아왔지만 '다 늙어서 무슨…'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집에서만 소일하는 어머니를 걱정하던 막내아들 조경환(34.건설자재업)씨의 "친구분도 사귀고 나들이도 다니시라"는 말을 듣고 효도미팅을 나갔다.
이렇게 자식들의 권유로 나가게 된 미팅에서 두 사람은 이내 서로에게 끌렸고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선뜻 결혼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자식들이 늙어서 주책이라고 하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1년여 만에 조심스레 꺼낸 재혼 얘기에 자식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할아버지의 막내딸 미정(30.미국 거주)씨는 할머니를 보지도 않고 "아버지가 고른 분이라면 당연히 찬성"이라며 기뻐했고, 할머니의 아들들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아버님을 만나보곤 호탕한 성격에 반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식들의 든든한 후원으로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혼인신고를 하고 자식들 집을 나와 둘만의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하얀 면사포를 써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바람도 어버이날 선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노년의 재혼이 좋은 점이 뭐냐"는 질문에 "해질 무렵 둘이서 산책할 수 있잖아요"라며 환히 웃었다.
이 글은 2002년 5월 8일 중앙일보의 기사를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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