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 모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2-02-08 오후 12:29:00
서울 홍익대앞 모자전문점 꽁블에는 중년의 수강생들이 있다. 취미삼아 모자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열성파다. 최혜정 사장(35)은 프랑스 모자전문학교 CMT에서 공부한 뒤 5년전 이 가게를 열었다. 50대 주부손님인 김모씨는 동생뻘인 최사장에게 꼬박꼬박 “선생님”이라면서 “실력이 좀 쌓이면 ‘실버 모자 클럽’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한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쓸 일 많은 한국사회에서는 중년이나 돼야 ‘특이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멋진 모자를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는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는 필수품이라서 용인되는 거겠죠? 이제 친구들과 멋진 모자를 서로 만들어 주거나 선물하는 클럽을 만들고 싶어요.” “왜, 얼마전에 모자 한 번 써보고 싶다고 찾아왔던 은행장 한 분 계시잖아요.” “어, 맞아요. 처음엔 창피해 하시더니 요즘엔 자주 오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남자 단골들은 교수, PD,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 분들인 것 같네요?” “샐러리맨은 부장급이나 돼야 찾아오시고요. 우습네요. 호호호.” 최사장과 주부 김씨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데 마침 40대 주부가 가게문을 빼꼼히 열었다. 서교동에 사는 박숙영씨(45). 손에 들린 건 회색 베레모였다. “이건 저랑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바꿔갈께요.” 박씨는 “친구들 사이에 모자가 패션의 최대 화두”라고 말했다. 그는 “몸매에는 자신이 없는 우리 나이대 친구들도 모자 하나로 크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모자 마니아인 걸 알고 컨설팅을 의뢰하는 친구들도 있답니다”라면서 다른 모자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꽁블에는 지난해 말 이후 모자를 찾는 중년들이 부쩍 늘었다. 호기심 많은 20대 손님도 많지만 실용적 목적으로 찾는 ‘충성파’는 중년이다. 최 사장은 “처음에는 손님 10명 중 9명이 구경만 하고 갔는데 지금은 40% 정도가 사간다”고 말한다. 소품의 전반적인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골프 인구가 늘어나 모자를 쓰는데 익숙해진 중년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씨 나름의 분석이다. 벨트와 구두에서 ‘모자’로.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은 이제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힙합패션의 유행과 함께 인기를 모았던 ‘벙거지 모자’나, 미국에서 들어 온 ‘대학생 패션’의 영향으로 90년대 후반 유행을 이끌었던 ‘야구모자’가 클래식한 분위기의 모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크리스찬 디오르, 비비안웨스트우드, 루이뷔통, 헬렌 카민스키 등 유명브랜드들이 최근 가장 많이 내놓는 아이템은 중절모, 베레, 천연 나무를 손바느질해 만든 라피아 등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만의 ‘그때 그모자’ 모티브를 딴 것들도 많다. ‘라피아’는 헬렌 카민스키의 상표명이었으나 일반명사가 됐으며 힐러리 클린턴, 니콜 키드먼, 파멜라 앤더슨 등 미국의 유명인이 많이 써서 유명하다. 청년도 중장년도 온통 모자, 모자, 모자…. 모자 열풍이다. 동아일보의 2002년 1월 25일자 기사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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