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도쿄의 시부야는 이름도 실리콘 밸리와 비슷하게 '시부야밸리' 또는 '비트밸리'로 불린다.
이곳에 벤처기업이 몰려든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임대료가 싼 데다 젊은이들이 지내기 편하기 때문이다. 도쿄의 인터넷 기업 1천3백개 중 25% 정도가 이 곳에 집중돼 있다. 시부야와 인접한 아오야마·아카시카의 약 14평방 km의 지역에 3백17개 인터넷 기업이 모여 있는 셈이다.
인디고를 비롯하여 사이버 에이전트·DeNA·아스키·디지컬 개리지·키노트로프·e 머큐리·VCN 등 쟁쟁한 벤처기업들이 모두 이곳에 포진해 있다. 한국의 e 삼성을 비롯, 미국의 넷스케이프·AOL 등 외국기업들도 들어와 있다.
시부야에는 돈도 몰리고 있다.
2000년 들어 도쿄미쓰비시은행과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공동으로 2백억엔의 투자펀드를 설립했고 골드먼삭스도 교세라와 함께 4백억엔의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시부야가 일본 벤처붐의 상징이 된 것은 1999년 3월 넷에이지의 니시가와 기요시 사장이 '비터밸리(bitter valley)'구상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벤처 기업들간의 상호교류를 통해 시부야를 실리콘밸리처럼 키워보자는 취지였다. 이름은 씁쓸하다는 '시부'와 계곡이라는 '야'를 영어로 직역해 지었다. 곧 디지털을 의미하는 'bit valley' 로 바꿨다. 그저 장소를 가리키는 '시부야밸리'로도 불린다.
그러나 비트밸 리가 늘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IT벤처기업의 주가폭락으로 투자 자금 유치가 1999년말에 비해 상당히 빽빽해졌다. 벤처기업 전문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재팬과 마더스의 주가도 조정국면이다. 여기에다 벤처버블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인터넷 벤처가 훌륭한 사업이지만 자동차, 전자처럼 일본 산업계를 이끌어갈 주류가 될지는 아직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시부야의 벤처기업가들은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대형 디스코장에서 파티분위기의 교류회를 열던 것을 중단하하고 실무위주의 세미나를 자주 갖고 있다. 또 해외 진출로 눈을 돌려 한국 미국 등의 벤처기업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내에서는 자금력과 영업망을 갖춘 오프라인 대기업과 협력을 모색중이다.
* 일본 IT, 한국과 비교하면
순수 인터넷 분야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6개월-2년 정도 앞서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반면 일본은 NTT 도코모의 I-모드를 앞세워 세계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I-모드는 휴대폰을 통해 e-메일 송수신, 정보검색, 채팅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 사실 인터넷 인프라 측면에서 일본은 기술강국이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한국에 뒤쳐진다.
일본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는 2000년 3월말 현재 33여만명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2백20만명 (2000년 8월말)을 넘는다. 이는 한국의 5배가 넘는 인터넷 접속비용과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인터넷 정책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진전도가 미국을 1백으로 했을 때 한국은 75.8인 반면 일본은 58.8에 불과했다. 인터넷 도메인 등록수도 2000년 6월 현재 한국의 'kr'도메인이 47만여개였지만 일본의 'jp'도메인은 17만9천여개였다.
각종 수치를 종합해 보면 유선 인터넷에 관한 한 한국이 일본보다 상당 수준 앞서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일본의 IT산업 기반과 무선 인터넷 분야를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터넷 인구, 전자상거래 발달 등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부문에서는 한국이 앞서 있지만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력의 원천인 지식 기술관련 R&D, 온라인 거래의 기반인 물류 인프라 등에선 일본에 크게 뒤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미국을 1백으로 했을 때 천명당 컴퓨터수가 일본은 60.4이지만 한국으 33.6이었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물류인프라 부분도 일본은 95.0인데 반해 한국은 71.6이며, 1인당 R&D 지출액도 일본은 미국보다 높은 1백15.1이지만 한국은 20.7에 불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