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물책임법 - 소비자와 기업 만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5:00
113년 역사의 코카콜라사는 얼마 전 창립이후 최대 시련을 겪었다. 불량제품을 마신 소비자들의 복통사고가 각국에서 있따랐으나 코카콜라사는 "제품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리콜을 거부, 유럽 각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자초했던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코카콜라사도 결함있는 이산화탄소의 사용과 비위생적 수송과정을 인정하며 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섰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매출이 수십억달러 감소한 것은 물론 미국 경제의 전반적 호황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쳤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처럼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아 소비자권리를 무시하는 기업이 파산 위기로까지 내몰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미국의 제약회사인 존슨 앤드 존슨의 '타이레놀 사건'은 '소비자 지향적인 기업이 성공한다'는 평범한 진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80년대 존슨 앤드 존슨사가 발매한 진통제 '타이레놀' 캡슐에 누군가 청산화합물을 섞어 넣어 소비자 8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자사 과실이 아니었지만 존슨 앤드 존슨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품을 즉각 회수한 뒤 제품에 독극물을 넣을 수 없도록 1주일만에 모든 제품을 정제(錠劑·알약)로 바꿨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약 1억5000만달러였다. 하지만 이 회사의 소비자 지향적인 자세는 소비자에게 깊이 각인돼 이후 이 회사의 매출실적은 비용을 상쇄할 만큼 크게 늘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처럼 소비자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기업과의 관계에서 소비자의 '파워'가 약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매한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환불이나 제품교환 등 기본적인 소비자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소비자의 피해나 불만사항을 덮기에 급급한데다 소비자 권익을 뒷받침할만한 제조물책임법(PL법)과 대표소송제 등의 법제도가 미비한 때문이다. 또 30여년 동안 '기업육성'이라는 미명 아래 소비자보다는 기업 위주로 경제시스템이 운용돼 온 것도 주요한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9∼10월 가전업계와 화장품업계의 유통실태를 조사한 경실련은 일부 대기업이 독과점적인 시장지위를 이용, 엄청난 폭리를 챙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십년 동안 소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품질과 가격 경쟁 등을 피하며 막대한 부당수익을 챙겨 왔으며 열악한 국내 소비자의 지위는 이처럼 경제구조적 측면이 강하다. 국회를 통과한 PL법이 2002년 7월 시행되면 국내 소비자의 지위도 휠씬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PL법은 소비자가 가공 공산품으로 인해 재산 및 신체상의 피해를 보았을 경우 소비자가 제조업자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야 했던 책임을 크게 완화, 피해보상을 쉽게 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기업들은 '소비자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인 PL법 도입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소송 봇물'에 휘말려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고 품질관리 비용 등이 급증해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은 물론 러시아 중국 필리핀 등 30여개 국가가 이미 시행중인 PL법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95년부터 PL법을 시행해 온 일본의 사례도 소비자 지위의 향상이 기업에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법시행 뒤 일본에서 PL법에 근거해 제기된 소송은 모두 18건이다. 이는 소송을 싫어하는 일본의 국민성과도 상관 있지만 일본 기업의 품질관리 강화 및 제품안전성 제고 노력, PL센터 등을 통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피해구제 노력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東京)도 미나토(港)구에 위치한 가전제품 PL센터. 일본 업계가 PL법 시행 후 소비자 불만사항을 공동 처리하기 위해 자동차 생활용품 등 12개 분야별로 설립한 센터중 하나다. 일본은 PL법 도입후 기업들이 제품의 안전성을 크게 강화하고 고객상담실 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소비자피해에 즉각 대응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제품생산에 충실히 반영해 품질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신뢰감도 크게 높아졌다. 일본은 소비자가 기업의 과실이나 잘못을 입증하기 쉽도록 소비자의 기업정보 접근권을 강화한 '문서제출 명령제도'를 제정한데 이어 소비자계약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PL법이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구제하는 법이라면 소비자계약법은 부당한 기업 서비스와 계약상의 문제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게 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계약내용이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경우 이를 무효화할 수 있는 등 소비자권리가 크게 강화된다. 갈수록 급증하는 통신판매 방문판매 등의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PL법과 함께 소비자권리 보호를 위한 '쌍두마차'인 셈이다. 최근 선진국 기업들은 소비자 불만해소 차원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PL법 외에 대표소송제와 기업의 정보공개제도도 도입해야 하며 이와 함께 기업경영자들이 소비자 권리를 존중하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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