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동심을 죽인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4:00
최근 미국심리학회는 특이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이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한 광고제작에 심리학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이며 미국심리학회는 이를 저지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요지다. 이 성명서에 서명한 회원은 60명에 이른다.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대표적인 심리학자들의 모임이 이런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회원들이 어린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일에 전문적인 지식을 팔기 때문에 학회가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이 상품 광고에 조언을 하는 것이 심리학의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학회회원만은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된다는 예비조치에 가깝다. 나아가 이런 광고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심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일에 심리학을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렇다면 학자들이 나설 정도로 과장광고의 악영향은 심각한 것인가.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어린이들은 하루에 50∼1백개의 광고를 본다. 급증하는 아동 비만의 배후에도 광고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 어린이의 25%가 비만으로 조사됐는데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크음식 광고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린이를 주타깃으로 하는 광고의 생산과 소비에 들어가는 돈은 한 해 20억 달러, 광고가 범람하는 것은 그만큼 어린이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해마다 4∼12세 어린이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은 2백80억달러, 10대들의 씀씀이는 더욱 커서 매년 1천억달러를 뿌린다. 이건 어린이와 10대들이 직접 소비하는 것이고 부모들이 매년 자녀를 위해 지출하는 돈은 무려 2천4백90달러에 이른다. 거대한 어린이 시장을 노린 쟁탈전이 치열하다보니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동심을 더욱 사로잡을 광고를 만드는 데 심리학이 이용된다. 물론 어린이 광고 컨설팅을 하는 이들은 심리학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주로 기업이나 광고회사에 고용돼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터뷰나 행동관찰을 통해 어린이들이 제품에 보이는 반응을 평가한다. 연령별로 어떤 제품과 광고기법이 눈길을 끄는지 정리 보고하는 것도 이들이 하는 일이다. '어린이들은 무엇을 왜 사는가'라는 책을 낸 어린이 시장 전문가 댄 어쿠프는 "최근 몇 년새 심리학의 쓰임새가 아주 넓어졌다"는 말로 광고와 아동 심리학의 결합을 표현하다. 부모들의 느낌도 미국심리학회의 성명서와 다르지 않다. 99년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모의 80%가 광고가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사야한다는 강박증을 주고 있다고 답변했다. 요즘 어린이들이 옛날 어린이보다 소유함으로 존재가치를 느끼는 정도가 심하냐는 질문에는 66% 정도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광고에 노출된 아이들은 모르는 사이에 물건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그만큼 동심이 설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면서 수입은 늘고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은 없자 죄책감을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것으로 해결하는 추세도 동심 없는 시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인터넷은 어린이용품 광고시장을 무한대로 키워놓았다. 아이들인 TV광고에 나오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운 물건에 빠져 지내고 그럴수록 소유하고픈 욕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인터넷 사이트는 공짜 장난감 등 경품을 주겠다고 아이들을 유혹한다. 광고회사들은 광고가 심리학까지 동원해 동심을 멍들게 한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우선 심리학을 도입한 것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광고를 만들려는 목적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광고 중에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과 유익한 것도 있는데 미국심리학회의 성명서는 흑백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저 광고를 못 보게 하면 된다는 해결방법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어쿠프는 "광고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필요악일지는 몰라도 광고는 어린이 되는 통과의례가 됐다는 것이다. ◇ 나쁜 광고란? 어린이를 겨냥한 광고 가운데 특히 아동심리를 악용하거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있다. 이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어린이가 아니라 부모다. 특히 나쁜 광고는 어떤 것인지 유형별로 살펴본다. △위험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갖고 있다는 식으로 또래집단의 심리를 앞세웠다. △형이나 언니를 따라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용해 어린아이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제품을 팔려한다. △재미있고 코믹한 광고로 어린아이에게 성인용 제품을 판다. △어린이를 겨냥한 성인용 광고로 10대들이 좋아하는 잡지에 맥주나 담배를 선전한다. △건전하지 못한 어른들의 행동을 광고에 이용한다. 노름에 빠지거나 폭력적인 어른들을 등장시키거나 부모를 바보처럼 묘사하는 광고. △부모들이 물건을 얻으려고 사정하는 모습을 내보내는 광고, 아이들에 자제력을 잃고 계속 먹어대거나 노는 장면이 들어있는 광고. ◇ 자녀 지도법 광고를 못 보게 할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다음은 어린이들이 광고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TV시청시간을 제한한다. 대신 운동이나 독서, 클럽활동, 음악활동 등을 하도록 유도한다. ▽TV에서 광고가 나오면 소리를 죽인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함께 광고를 보면서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설명해 아이들이 광고의 진짜 의도를 인식하도록 한다. ▽이웃이나 친지와 장난감, 게임기, 운동기구를 교환해 한가지 놀이에 물리지 않도록 한다. ▽최신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때는 무조건 사주거나 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우선 그 장난감을 꼭 사야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돈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용돈을 줘 돈관리를 맡긴다. ▽부모가 먼저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한다. 충동구매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도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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