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클럽', '투자자 클럽' 등 일부 증권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은밀히 퍼져 나갔던 루머가 인터넷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증권관련 사이트가 1,000개를 넘어섰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곳만도 100개나 되면서 루머가 실리는 곳이 엄청 늘었기 때문이다.
루머를 매일 교환하는 증권 전문가 모임들도 지난해 활황장세를 맞으면서 수십개로 늘어났다. 이같이 루머를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루머에 근거해 투자하는 데이트레이더도 급증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루머. 이들의 생성경로와 확인방법, 루머투자요령 등에 대해 알아본다.
◇ 어떻게 생성되나?
루머의 진원지는 크게 세 곳.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게 상장·등록·지정 회사의 직원이나 대주주, 대주주의 친인척, 감독원·거래소 관계자 등 내부자. 의도적으로 허위·과장 정보를 흘리는 작전세력과 시장을 지켜보는 증권 전문가들도 만만치 않은 진원지다.
이곳에서 생성된 루머는 인맥을 통해 확산되고 증권가의 정보회의, 인터넷을 통해 대량으로 증권가에 뿌려진다. 증권가 교류모임은 거의 매일 점심·저녁시간에 열리며 현재 수십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모임에는 증권사 투자정보팀 직원, 법인영업팀 직원, 애널리스트, 영업지점 직원, 투신사의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사 직원, 은행·보험 등 기관의 주식 운용자, 증권 컨설팅업체 등 증권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체로 조직을 대표해 1명씩 참여한다.
웬만한 큰 증권사들은 대부분 본사에 시황팀, 시황정보팀, 투자정보팀 등의 이름으로 10∼20명으로 구성된 루머·정보 수집 전담팀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투자 문화는 아직까지 기본적 분석보다 루머에 의한 투자가 우선되고 있고 따라서 이같은 정보 없이는 고객에게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취합된 정보는 내부망을 통해 영업지점과 공유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여서 공개하지는 않는다. 정보팀 직원들은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증권 관련 각 분야 사람들과 인맥 구축에 힘쓴다. 증권사 본점 정보팀에 취합되는 루머는 하루에 40∼100여개. 이중 30∼50여개가 걸러져 내부망을 통해 영업지점으로 공급되고 투자자들에게도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인터넷에도 숱한 루머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미국처럼 루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이트는 없지만 증권정보 사이트의 게시판을 통해 수많은 루머들이 올라오고 있다. 중권전문사이트 싱크풀 관계자는 "'루머추적'코너에 정보회의를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이는 30∼50개 가량 담긴 루머파일이 하루 10개 정도는 올라온다"고 말했다. 팍스넷 등 다른 많은 증권사이트의 게시판에도 루머파일이 상당히 올라오고 있다.
루머의 종류도 기술개발, 대규모 수주, 외자유치, 액면분할, 유·무상증자, 실적개선, M&A, 법정관리탈피, 워크아웃 탈피, 대주주 매집설 등 숱하게 많다. 루머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한 증권회사 직원이 시험해 본 결과 재미있다. H증권 관계자는 "이 정보는 너만 알고 다른 사람에겐 알리지 말라면서 흘린 후 30분만에 다른 사람의 조회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 60∼80%정도는 쓸모 없다
루머는 상장회사에서 부인공시까지 냈는데도 재탕 삼탕으로 유통되거나 작전세력이 의도적으로 흘린 경우가 매우 많다. D증권 관계자는 "유통 루머 중 3분의 2가 재탕 삼탕 등 옛부터 있었던 얘기"라며 "작전세력의 허위정보를 포함하면 60∼80%가 쓸모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루머가 너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상장사 주식담당자를 통해 확인하거나 경제신문, 인터넷 증권매체의 루머 확인 기사를 눈여겨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 투자자는 판단능력을 키워야
뒤늦게 매입해 상투를 잡지 않으려면 판단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단 체크단말기를 통해 관련 회사의 공시와 PC통신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기사화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회사 주식 담당자에게 투자자임을 내세워 확인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다.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주가에 아직 반영 안된 루머가 확인이 될 경우 신선한 재료로서 투자 때엔 상당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주가흐름이 의뢰로 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도 괜찮다. 임 그 주식이 상당부분 올랐을 경우는 매도시점에 가까이 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급상승 후 순식간에 떨어지는 종목은 작전세력이 매집해 손털고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본금 규모가 적고 유동 물량이 적은 주식은 작전 세력 개입이 많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루머의 유통속도가 빨라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옛날과 달리 사실 확인 기간이 줄어들고 루머에 따른 주가 변동도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는 공시제도·내부자 거래규제 강화를
일찍 루머에 접한 투자자는 고수익을 내는 반면 나중에 그 루머에 근거해 투자한 사람은 손해보는 등 루머가 많을수록 정보 불평등이 심화된다. 루머가 성행하는 환경에서는 작전세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이 볼모로 잡힐 확률도 높다. 작전이 성행하는 곳에선 회사의 기본적 분석에 입각한 투자가 설자리를 잃게 되고 주식시장이 안정되지 못해 결국 직접금융 공급루트가 부실해질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언로를 확보해 정상적으로 신속히 유통되도록 공시제도를 강화하고 내부자 거래는 철저하게 규제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