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성생활, 실험 결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1-06-14 오후 6:04:00
우리나라의 결혼 풍습은 매우 완고해 부과 30, 40년 전만 해도 혼전성교는 물론이고 여러 사람의 면전에 나타나는 데이트까지도 엄격히 금지해 온 터이지만 차츰 서구 문명의 물결을 타고 관대해져 요즘에는 약혼했으면 결혼전 성교를 가져도 무방하다는 성 모럴이 젊은이 사회에서 자리잡아가고 또한 부모들까지도 혼전 섹스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서구인의 프리섹스와 다른점이 있다면 어느 정도 결혼이 보장돼 있다는 전제조건과 사랑 없이도 형식만 성립하면 성교섭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결혼을 전체로 한 혼전성교가 최근 간편한 피임약과 설사 임신했더라도 약 한 봉지만 복용하면 낙태가 되는 편리한 세상이 되면서 북구식 프리섹스가 자연스럽게 젊은이 사회에 번져 나가고 있다. 아마도 여기에는 미국 영화속의 자유분방한 여주인공의 생활방식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클리닉을 자주 찾는 한 50대 남성은 3년 전에 상처를 한 사람이다. 그는 재혼하려고 30, 40명 가량의 여성과 선을 보고 상대방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기 위해 이른바 데이트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서로 궁합이 잘 맞아야 하니까 실험적으로 섹스를 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를 했다. 그랬더니 그중 불과 두 서너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순히 응해 주더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유럽에서 한때 유행했던 실험 결혼의 축소판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북구 여러 나라에서는 처녀와 총각이 서로 방을 얻어 한동안 부부처럼 지내다가 배우자로서 만족스럽다고 느꼈을 때 결혼하는 관습이 있다. 한데 이런 풍습은 비단 북구에 한정되지 않고 유럽 전대륙에서 성행하던 결혼의 풍습이었다. 그 기원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리스에서 발생했다고 학자들은 믿고 있다. 프리섹스의 왕국 덴마크를 비롯해 스웨덴·노르웨이 등은 물론이고 북아프리카 원주민이나 필리핀 등의 폴리네시언 사이에서도 이런 결혼의 형태가 존재했던 적이 있으며 인류학자들은 이를 두고 인간 생활의 실리적 지혜가 낳은 합리주의적 결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중세 유럽에선 종교 지도자들까지도 실험 결혼을 일반적 결혼의 관습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험 결혼은 관계를 맺지 않고 혼인하는 것을 타파하기 위함이며 결혼했을 때 아기가 생기지 않거나 혹은 신랑이 성적불능이었다는 등의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즉 서로의 육체와 그 기능을 품평한 후 정신적인 합치를 이끌어 낸다는 지금의 애정관에 반하는 아이디어였다. 19세기 영국의 요크셔 지방에는 '당신이 만약 임신하지 않으면 나는 당신에게 장가들지 않으리'라는 맹약을 신부에게 하는 것이 관습이었으며 만약 실험 결혼에서 처녀가 임신하지 않으면 약혼도 결혼도 모두 파기되거나 또한 남자에게 성적 능력이 없으면 처녀측에서 일방적으로 파혼을 선언해도 무방했다고 한다. 가톨릭교의 결혼에서는 신부의 입회 아래 일단 혼인의 예식을 올리게 되면 설령 불임 또는 임포텐츠라고 해도 이혼은 절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그런 불행을 막기 위해서도 실험결혼은 의의있는 것이었다. 실험 결혼은 아니지만 16세기의 류머니스트라고 칭송받는 토머스 모어는 그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결혼 전에 충분히 상대방을 각기 품평하고 나서 서로 배우자를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영국에서는 신부가 권위있는 부인의 면전에서 나체가 돼 신체검사를 받는 풍습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존 오브리의 '짧은 생명'이란 저서에서는 신랑의 부친이 신부가 될 처녀의 집에 가서 완전히 나체가 된 처녀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고 나서 아들의 아내로 적합한가 여부를 결정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토머스 모어는 실험 결혼의 유용성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작은 오두막집을 살 때도 자질구레한 부분까지 면밀하게 살피면서 일생의 행·불행이 걸려 있는 아내를 선택함에 있어서 손바닥 한 개로 능히 가릴 수 있는 얼굴만 보고 고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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