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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참외를 살 때 참외 꼭지에 코를 대고 단 냄새를 맡아 잘 익은 것을 고르듯 동물들도 이성의 음부로부터 나는 특이한 체취를 맡고 성의 수용태세가 완비됐는가를 탐지한다.
동물의 이런 행동은 이성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강력한 힘, 즉 페로몬이란 '사랑의 미약' 때문에 일어난다. 그래서 동물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만나면 우선 서로가 성기 냄새부터 맡으려 다가선다.
페로몬이란 동물이 분비하는 호르몬성 물질로 성취(性臭)라고도 불리는데 교미할 준비가 완료되면 암컷은 페로몬이란 사랑의 미약을 분비해 수놈을 유혹한다.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 여성도 물론 본래는 페로몬을 생산하고 있었을 테지만 목욕을 한다거나 향수를 뿌린다든가 하는 냄새를 없애는 문화의 영향으로 조물주가 만들어 준 본래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 지금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인간의 후각 그 자체도 상당히 퇴화돼 버렸다. 인간의 코는 5천개의 감각세포밖에 갖고 있지 않은데 비해 이른바 독일 셰퍼드 개는 22만5천개의 후각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인간의 코가 얼마나 무능해졌는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 페로몬의 매력은 아주 강렬해 이를 이용한 해충구제도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암컷의 페로몬을 합성해 수놈을 함정에 끌어들이고 화학처리로 수놈을 불임화시킨다.
이렇게 잡힌 수놈을 풀어주면 곧 여러 마리의 암놈들과 교미하지만 그 수놈과 교미한 암놈은 수정되지 않거나 한 번 교미한 암놈은 영원히 생식능력을 상실한다.
이렇게 해서 해충의 생식사이클을 단절시키면 해충은 멸종돼 버린다. 이런 생물학적 구제 방법은 약제 살포로 익충까지 죽이고 생태계 전체를 파괴하는 종래의 해충구제보다 우수하고 실용적이다. 이처럼 강한 사랑의 미약은 저항하기 어렵거니와 동시에 그 나름대로 독자성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악취의 표본처럼 일컬어지는 스컹크의 방귀만 해도 스컹크 커플에게는 꿈을 꾸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 될 정도의 사랑의 미약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있어 사랑의 묘약은 없는 것일까?
만약 그런 약이 있다면 그것을 사랑하는 여성에게 뿌리거나 몰래 먹이게 되면 금방 암내난 동물처럼 돼 남성이 원하는 대로 응해줄 것이다.
오늘날 벤처 기업가들이 눈여겨볼 분야는 냄새의 과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여성의 심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랑의 묘약을 발견한다면 빌 게이츠를 능가하는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중세의 영국에서는 이 미약이란 것이 상당히 애용됐던 흔적이 엿보인다.
예를 든다면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에서 어떤 풀(herb)의 즙을 잠들어 있는 여자의 눈꺼풀에 부으면 그 여자는 잠에서 개어날 때 처음으로 보이는 것이 원숭이건 황소이건 정신없이 쫓아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그 풀의 이름을 애석하게도 자세히 적어 놓지 않았다.
영국은 풀즙을 사랑의 미약으로 이용했지만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애용한 미약의 주성분은 동물의 분뇨였다. 즉 발정한 수놈의 오줌을 주로 이용했다.
인도의 성전(性典) '카마 수트라'에는 수놈 원숭이의 오줌을 짝사랑하는 여성에게 뿌리면, 반대로 발정한 암놈 원숭이의 오줌을 남성에게 살포하면 반드시 그 상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소개해 놓았다. 대체로 미약에는 묘한 재료가 많이 사용됐는데 때로는 매우 독성이 강해 위험한 것들도 적지 않았다.
기록에 의하면 로마제국 장군 루크루스가 그런 미약을 마시고 실신했다고 돼 있고 음탕한 통치자로 악명이 높은 칼리굴라 황제는 황후인 카에소니아가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먹인 약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중추신경 흥분제인 스트리키닌이 함유된 약제를 먹인 듯하다.
그런 사고가 일어난 다음부터 로마에서는 사랑의 미약을 남용하지 않도록 법안이 제정됐다. 다른 문헌에 따르면 고대인들이 이성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일반적으로 이용한 것은 인간의 간장이었다.
현대와 달리 옛날에는 간장은 모든 욕정이 깃들어 있는 샘으로 인식돼 있었다.
그러므로 마음에 드는 이성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의 간장을 노리게 됐다. 미약도 이렇게까지 되면 로맨틱한 것이기보다는 위험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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