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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계모가 어린 딸을 학대하다가 뇌사상태에 빠뜨린 뒤 끝내 숨지게 하는 등의 반인륜범죄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가정윤리 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부모·자식 사이의 끈끈한 정과 전통적 가족관계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세태에도 불구, 정부는 물론 교육계나 사회단체 등 어느 한 곳도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7년에 존속살해 37건 등 패륜범죄행위가 모두 796건이었으나 98년에는 45.7%가 늘어난 1160건(존속살해 52건), 99년에는 또다시 18.9%가 늘어난 1379건(존속살해 51건)으로 해마다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가정이 허물어지고 있는 원인을 우선 가정·사회를 지탱해온 윤리도덕의 붕괴에서 찾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유교가 쇠퇴기에 접어든 것과 전통윤리의 붕괴현상을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다.
99년 4월말부터 한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자논쟁', 40대 초반의 중문학자인 상명대 김경일 교수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의 저서를 통해 '한국인의 내면을 지배해온 유교문화의 권위와 위선에 대한 600년만의 자유선언'을 발표하자 유림측이 이 책의 판매가처분신청과 함께 명예훼손혐의로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였다.
김교수는 저서에서 유교는 기득권자, 즉 군자와 남성, 어른을 위한 도덕이었기 때문에 투명성과 평등, 창의력과는 동떨어지고 이제는 그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효도가 사람잡는다'는 주제를 내걸고 "효라는 것은 인생의 허무를 일찌감치 깨달은 동양의 노인들이 찾아낸 '존재의 연속기원' 프로그램"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유도회총본부 사무부총장을 지낸 청주대 최병철 교수는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저서를 통해 "우리 문화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전통문화의 특수성을 파괴해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의 세계질서에 동참하자는 신사대주의적 발상"이라며 김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논쟁에서 주목되는 것은 전통가정윤리의 토대가 돼온 유교정신이 내외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 사실상 유교를 밑바탕으로 한 전통가정윤리는 김 교수가 '조상신 숭배의식'이라고 비판한 제사의식도 외래종교의 영향으로 상당히 사라졌고 핵가족화에 따라 핏줄의식이나 부모봉양의무도 먼 옛날 이야기처럼 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사회변동에 다라 전통윤리가 붕괴되면서 심각한 전신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가정은 가족 구성원간의 유대감이 약화되면서 이혼·가출·가정폭력의 급증 등 전환기의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정위기를 치유하는 길은 가정을 지탱해왔던 윤리도덕을 회복하고 가족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통해 시대흐름에 적합한 가정의 새 패러다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간이 무엇이며 왜 사는가 하는 근본문제부터 시작해 자식을 낳고 기르는 가정의 정체성을 확실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문제, 즉 성(性)과 생명문제를 경외스럽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종교가 청소년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사회적 책임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정이 붕괴를 막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 동안 사회통합기능을 해온 효(孝)·인(仁)과 같은 유교적 담론에다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해 시대흐름에 맞는 가정윤리를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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