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국가로 꼽히는 이집트보다 우리나라 물부족이 더 심각하다.
2006년부터 연간 4억㎥, 2011년부터는 20억㎥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건설교통부의 수자원 장기종합 예측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전국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김포·용인시 등지에서는 물부족으로 아파트 허가가 나지 못하고, 경북 포항시 등 일부 공단은 갈수기 때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 동해안 및 남해안 해안지역과 도서지역, 경북 내륙지역 등은 해마다 12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급수를 제한한다.
2000년 현재 우리 국민은 연간 3백37억㎥의 물을 사용하고 있고 용수 공급능력은 3백44억㎥. 2%의 예비율을 보인다지만 계절·지역에 따라 고르지 못한 수자원 특성상 지역별 물부족현상이 심화되는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유엔도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한다. 국민 1인당 사용 가능한 수자원 양이 1천4백70㎥로 유엔 기준 물부족 국가(연간 1천∼2천㎥)에 해당된다. 이집트는 1천6백56㎥다.
더욱이 2025년에는 1천2백㎥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책마련을 서두르지 않으면 물기근 국가(1천㎥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물 사정이 일반적인 인식보다 심각한 이유는 높은 인구밀도가 주원인.
연평균 강수량(1천2백74㎜)은 전세계 평균의 1.3배에 해당하지만 1인당으로 따진 수자원(2천7백55㎥)은 세계 평균의 12.5%에 수준에 불과하다.
또 강수량이 여름철 6∼8월 3개월에 집중돼 수자원의 60% 이상이 바다로 그대로 보내진다.
반면 우리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즉 1인당 하루 공급되는 수돗물 급수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3백95ℓ인 데 비해 ▶독일 1백32ℓ ▶덴마크 2백46ℓ ▶프랑스 2백81ℓ 등이다.
정부는 그 동안 수요를 공급으로 따라잡기 위해 댐과 광역상수도 건설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공급 위주의 수자원 정책은 이제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댐 건설에 따른 수몰대상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벽에 부닥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절약 종합대책'을 통한 수요조절 쪽으로 수자원 정책의 가닥을 고쳐 잡았다.
2006년까지 ▶수도요금 현실화 ▶절수기기 설치 ▶노후수도관 교체 ▶중수도 설치 등을 통해 섬진강댐(3억5천만㎥) 2개가 넘는 연간 7억9천만㎥를 절약하겠다는 것.
특히 하·폐수종말처리장 처리·방류수 가운데 재이용률은 5%로, 산업용수의 재이용율은 1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 마구잡이 개발 강물이 마른다
강과 호수가 말라가고 있다.
과도한 물 사용 때문이다.
중국의 황하는 매년 하구에서부터 상류 쪽으로 수백㎞식 바닥을 드러낸다.
황하가 지나는 8개 성에서 경쟁적으로 물을 끌어쓰는 바람에 강바닥을 드러내는 기간이 1970년대 연평균 15일에서 80년대에는 70일로 늘어났고 90년대에는 1백일 이상으로 점차 길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하류에 위치한 산둥지방은 농사를 거의 짓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공장 가동도 중단되곤 한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하는 인도의 갠지스강도 과도한 관개사업 때문에 건기 중에는 하류 방글라데시에선 물을 구경하기 힘들고 벵골만으로 흘러드는 물도 거의 없다. 미국 남서부 콜로라도 강 역시 인근 지역에서 물을 끌어쓰는 바람에 캘리포니아만으로 물이 흐르지 못한다. 또 다른 비극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아랄해에서도 나타난다.
사막에서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이곳으로 흘러들던 강물을 60년대부터 과잉취수한 타세 세계 네 번째 크기를 자랑하던 호수가 이제 면적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수량은 4분의 1로 떨어졌다. 더욱이 이제는 두 개의 작은 호수로 조각났다.
60년 이전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아무타리아와 시루타리아 두 강에서부터 연간 5백50억㎥의 물이 공급됐으나 80년대에는 유입량이 70억㎥로 감소했다. 무이냑을 비롯해 과거 아랄해에서 고기를 잡아 번성했던 항구도시들은 이제 사막 한가운데 낡은 어선들과 함께 버려진 도시가 돼 버렸다. 뿐만 아니라 말라버린 호수 바닥에서 매년 1억t 안팎의 먼지와 소금이 바람에 날려 주변 농경지에 해를 입히는가 하면 식수마저 오염시켜 질병이 만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