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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연구소 유전자원센터 동물실험실에서 필리핀 원숭이 새끼가 처음 세상의 빛을 보았다. 나흘 뒤 엔 다른 종인 마모셋원숭이 어미가 난산 끝에 23g 짜리 새끼를 낳았다. 태아 두마리 중 한마리는 다리가 걸려 끝내 나오지 못하고 사산했다.
제왕절개로 죽은 태아를 꺼내고 어미를 구했다. 넉달 반의 임신기간 내내 초음파진단을 하며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던 어미다. 이 센터에서 태어난 네마리의 원송이는 평범한 원숭이가 아니다.
실험용으로 특정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유지되는 무병(SPF: Specific Pathogene Free)원숭이로 마리당 350만~600만원을 호가한다. 무병원숭이의 성공적 번식은 국내에서 영장류동물 실험시대가 열렸다는 의미이다. 99년 10월 필리핀 원숭이 11마리와 마모셋 원숭이 21마리를 필리핀과 일본서 SPF 상태로 들여온 생명공학 연구소는 반도체 공장 수준의 철저한 청정환경에서 이들으맄우며 이번 번식에 성공했다.
쥐나 토끼는 몰라도 원숭이를 실험용으로 번식시킨 것은 처음이다. 이 원숭이들을 SPF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700평 규모의 동물실험실은 엄격히 통제 조절된다. 온도는 연중 내내 21-23도, 습도는 55%를 유지하며 청정한 공기를 한시간에 15-17회 환기시켜 준다. 연구자나 먹이, 주사기 같은 사소한 설비 하나라도 실험실에 들락거릴 때에는 모두 멸균과정을 거친다. 연구소에서 들여온 실험용 원숭이종은 필리핀 원숭이와 마모셋 원숭이다. 사라모가 가장 가까운 종은 침팬지지만 실험용으론 전세계 1,000여마리밖에 없을 정도록 귀하고 비싸다.
침팬지를 빼면 가장 많이 쓰이는 게 필리핀원숭이이다. 사람처럼 치아가 32개이고 열손가락 열발가락 모두 지문이 있다.
그 다음이 사람 손바닥만한 마모셋 원숭이다. 마모셋원숭이만 해도 엄지 발가락만 빼면 지문이 없고 손 모양이 갈로리형이다. 이밖에 안경원숭이 여우원숭이 등은 더욱 하등원숭이여서 아예 실험용으로 쓰이지도 않는다.
실험용 원숭이는 신약물질을 인간에게 시험하기 전 즉 전임상시험에서 거쳐야 할 마지막 관문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원숭이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99%가 일치하고 에이즈 간염 등 사람과 같은 질병을 공유하는 데다가 쥐나 토끼같은 중소동물보다 정확히 물질의 약효 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연구자들은 한마리에 1,000만원의 거약을 들여 외국 영장류 센터에 실험을 의뢰해 왔다. 뒤집어 보면 우리나라 신약개발 수준이 아직 원숭이 실험 수준까지 오르지 못했던 셈이다. 보통 한 실험에 6마리 원숭이가 쓰이는데 미국의 경우 연평균 실험하는 원숭이 수가 7,000마리, 일본은 4,000마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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