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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손드하임(77·사진). 뮤지컬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작곡가이자 작사가다. ‘돈벌이에 급급한 쇼 비즈니스’라는 뮤지컬에 대한 편견을 일순간에 날려버린 것도, 뮤지컬이 얼마나 예술적으로 승화할 수 있는가를 확실히 보여준 것도 그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흔히 ‘뮤지컬계의 스티븐 스필버그’로 비유된다면, 손드하임은 작가주의 영화의 최정점에 서 있는, 가장 혁 신적인 뮤지컬 창작자라 할 수 있다.
손드하임의 1979년작 ‘스위니 토드’가 한국에 상륙한다. 15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한달간 공연 된다. 특히 ‘스위니 토드’는 손드하임의 역량이 한껏 물 오른 최고 전성기때 쓰여진 작품이다. 잔혹 한 공포 스릴러물이라는 독특한 양식에서도 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엽기적인 블랙 코미디 1970년대 후반 미국 브로드웨이가 대중 음악에 밀려 침체기를 맞았을 때 손드하임은 핏빛이 난무한 강렬 한 ‘스위니 토드’를 발표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사진은 한국 공연 연습 장면. 스위니 토드역의 양준모(左)씨와 러빗 부인 역의 홍지민씨. 6일 서울 교육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열흘전인 이날 ‘스위 니 토드’ 런스루(한번도 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하는 것)가 한창이다. 춤과 음악이 넘쳐나고 시끌벅적한 다른 뮤지컬 연습실과 영 딴판이다. 반주는 피아노 한 대뿐, 분위기는 음습하고 스산할 정도 다. 배우들은 뚝뚝 끊어지는 노래말을 이어가느라 숨가쁜 표정이었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류정한씨는 “노래를 할수록, 연기를 할수록 실력이 느는 것을 넘어 깨달음을 얻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9세기 영국 런던이 배경인 이 작품은 가난한 이발사의 복수극이다. 그는 아내를 탐하고 딸까지 노리 개로 삼은 고위 판사에 대한 분노를 모든 사회를 대상으로 뿜어낸다. 잔인한 살인마가 돼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이발소 밑 파이집으로 내려 보내는 엽기적인 행각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암울하 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이나 코믹한 대사도 간간이 섞인 블랙 코미디 같다. 제작사인 뮤지컬 헤븐의 박 용호 대표는 “이 작품은 산업혁명이 초래한 문제점을 소외된 캐릭터를 통해 풍자한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나 사랑 타령만이 넘쳐나는 기존 뮤지컬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매니어들 사이 손드하임 열풍 모더니즘을 추구한 손드하임답게 무대는 단출하다. 흉물스럽기까지한 2층짜리 네모난 건물 하나만이 무대 중앙에 떡 하니 놓여있다. 그러나 1층은 360도 회전이 가능해 파이집 겉모습과 시체들이 쌓여있는 안쪽의 모습을 빠르게 전환시키며 보여준다. 또한 2층 이발소 의자에서 살해당한 사람들이 밑으로 쑥 내 려가도록 입체감을 선사한다. 단순하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효율성을 추구한다.
손드하임은 뮤지컬 매니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다. 이미 국내 몇몇 뮤지컬 동호회에선 2004 년부터 그에 대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손드하임 공부하기’에 정성을 기울여 왔다. 아직 국내에 소 개되지 않은 작품의 영상물 상영회는 기본, 영어 가사를 번역해 철학적이고 위트 있는 가사를 음미하곤 했다. 뮤지컬 동호회 ‘송 앤 댄스’의 김영나(36)씨는 “손드하임 작품을 만난다는 건 마치 음식마다 개성이 다른 코스 요리를 맛보는 것과 같다. 9월 내내 ‘스위니 토드’ 공연장을 빠짐없이 찾을 예정” 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손드하임은 2005년 ‘어쌔신’이란 작품으로 처음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당시는 작품의 질적인 면에 서도 다소 미흡했고 관객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2년이 지난 이번엔 과연 어떤 결과를 낼까. 제작 수준 과 대중의 호응 양 측면에서 모두 한국 뮤지컬계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중앙일보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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