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생각들] 세계의 석학 110명에게 물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8-29 오후 12:08:00
질문 하나로 시작된 책이다.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올바르기 때문에 위험
한 생각이 무엇인가. 사회가 아직 대비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그저 묻어 두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생
각이 무엇인가.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의 혁명처럼 당대의 가치와 도덕에 위배되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생
각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 저마다 답을 들고 나왔다. 리처드 도킨스(만들어진 신),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몰
입의 즐거움), 대니얼 골먼(SQ 사회지능), 리처드 니스벳(생각의 지도), 재레드 다이아몬드(문명의 붕
괴), 브라이언 그린(우주의 구조), 존 호건(과학의 종말) 등 석학 110인이다.

“내가 밝혀낸 인간의 실재, 그리고 앞으로 밝혀낼 것들을 나 자신 스스로도 아직 윤리적,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 우리는 그러한 계몽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영원히 도달할 것
같지 않다. 그것이 나를 더욱 두렵게 한다.”

도킨스의 고백이다.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자의 유전자를 처벌하라며 반문한다. 범죄에 이르게 된 생리
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따져보자는 견해를 받아들이면 왜 안되는가. 범죄자의 유전자를 처벌해야 한
다.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대신 자동차를 매질하는 어리석음만 반복하고 있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고 만들어낸 허구적 매개물인 비난이나 책임, 나아가 선과 악 같은 정신적 구조
물 탓이다. 범죄자 처벌은 보복, 피해자나 그의 가족의 만족,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안심일 뿐이다.

이들 학자는 현대의 주류 지식도 도덕적 환상에 사로잡힌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검
증을 거듭한다. 어떠한 가능성도 차단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구축이 목표다. 목적을 이루
려면 사회의 도덕과 가치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예술철학부 교수 데니스 듀턴은 달력의 풍경화에 잡목 숲과 탁 트인 야외, 구릉지
대, 호수, 마음을 끄는 오솔길, 바람이 불어오는 강둑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홍적세에 형성된 풍경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늘날 공원 디자인이나 여러 풍경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TV드라마가 그리
스 비극과 유사한 것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선천적 관심이 반영된 탓이다. 진화론적 미학을 통해 예술적
창조행위와 예술에 대한 미학적 경험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

‘네이처’ 수석편집장 올리버 모턴에 따르면, 지구의 역사에서 환경위기는 기본 요소다. 환경운동가들
은 지구의 위기를 과장하거나 지구를 의인화, 환경운동이나 환경정책 방향을 왜곡하고 있다. 부자나라
국민은 지구가 위험하다는 것은 믿는다. 그러나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은 믿지 않는다. 가난한 나라의 가
난한 사람은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환경위기 대응은 사람 사이의 연대에 기초해야 한다. 지
구는 스스로 돌볼 것이다.

‘후천성 가설’의 저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자녀의 인격, 지능, 행동방식을 형성할 영향력이 부모에
게는 전무하다고 단언한다. 부모가 치르는 희생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현시점
의 어린이가 60년 전보다 더 행복하고, 더 자신 있고, 덜 공격적이거나 정신건강이 더 낫다는 근거는 없
다.

트럼프대의 인지심리학자 로저 섕크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많은 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백
년 전과 마찬가지로 조직화돼 있는 학교에서는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익히는 대신 교사를 기쁘게 하는
법을 배울 따름이다. 단순한 용어로 복잡한 세상을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어른만 양산한다.

이런 식으로 현재의 가치와 도덕이 따라잡지 못하는 논쟁적 이슈를 학문적 엄밀함으로 조망한다. 역으
로 지식사회가 생산하는 최신담론, 즉 인간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물
으며 사회가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도덕과 질서에 도전한다. 여기서 제시되는 위험한 생각들은 명확한 증
거와 논거로 무장한 사실과 주장이다.

학문적 권위와 함께 논쟁을 몰고 다니는 학자들이 위험한 생각을 공개했다. 아카데믹한 권위 뿐 아니
라, 대중적 저술로도 정평난 이들이 펼치는 해박한 지식과 우아한 논리게임은 학문과 현실, 지식과 생활
의 역동적 긴장을 보여준다.

존 브록만 엮음, 이영기 옮김, 432쪽, 1만7800원, 갤리온
신동립기자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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