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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큰바람이 불어올 때, 단단한 나무는 부러지지만 대나무는 부러지지 않는다. 대나무는 부드럽기 때문이 다. 물은 바위보다 약하지만 언젠가는 바위를 뚫을 수 있다. 그러므로 강한 것과 약한 것을 함부로 구분 할 수는 없다. 일을 하다 보면 강해 보이는 방법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부드러운 방법이 승리를 가져오기도 한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강함을 즐겨서는 안 된 다. 강자의 위치에 있다고 판단되는 즉시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고, 연약한 모습으로 자기에게 진 사람에 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 자기에게 진 사람을 적으로 남겨두 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柔能制剛, 弱能制强(유능제강, 약능제강)’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역사서인 後漢書에 나오는 말이 다. ‘柔’는 ‘부드럽다’라는 뜻이다. ‘柔軟(유연)’은 ‘부드럽고 연하다’라는 말이다. ‘制’는 ‘만들다’라는 뜻인데,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하므로 ‘제어 하다, 제압하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能’은 ‘할 수 있다, 유능하다’라는 뜻이다. ‘能者多勞(능자 다노)’는 ‘유능한 사람이 수고를 많이 한다’라는 말이다. ‘剛’은 ‘단단하다’라는 뜻이다. ‘사람 이 강기가 있다’의 ‘剛氣(강기)’는 ‘단단한 기운’이라는 말이다. ‘弱’은 ‘약하다’라는 뜻이 고, ‘强’은 ‘강하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柔能制剛, 弱能制强’은 ‘부드러운 것 이 단단한 것을 제압할 수 있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자신이 단단하고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부드럽고 약한 것을 갖추어야 한다. 단단하고 강한 것만이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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