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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동에 사는 주부 최선이(49)씨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한 명은 직장인이고, 다른 한 명은 대학 생이다. 하지만 최씨에게는 두 아들 말고도 키운 ‘자식’이 60명이 넘는다.
최씨는 요즈음 두 살배기 남자아기 찬미를 돌본다. “뜨거워요. 흘리지 마세요.” 찬미에게 이유식을 먹 이고, 기저귀도 갈아준다. 찬미의 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필리핀 출신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헤 어졌다. 엄마가 찬미의 양육을 맡았지만,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식당일을 하느라 아기를 키울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런 젖먹이 찬미에게 최씨가 매일 엄마 역할을 해주고 있다.
최씨가 얼마 전까지 돌봐준 요비(14개월)의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한국 사람인 아빠는 요비가 4개월 때 세상을 떠났다. 최씨는 찬미나 요비처럼 한국으로 시집왔다가 남편과 헤어진 여성들의 아기를 키워 왔다. 아기들의 아버 지는 대개 신용 불량자나 알코올 중독자들이다. 더러는 학업을 중단할 수 없는 여고생이 낳은 아이도 맡 는다.
최씨가 주로 아기들을 돌보는 곳은 서울 가락성당의 영아보호시설 ‘해뜨는 집’이다. 8년 전부터 이곳 에 거의 매일 출근한다. 똥기저귀를 갈고 청소를 하고 온갖 궂은 일을 한다.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는 다. “어렸을 때부터 아기들을 보면 남들보다 한 번씩 더 쳐다봤어요. 처지가 딱한 아이들을 보면 내 자 식 같아서 눈물부터 나와요.”
온종일 아기들을 돌보다 보니 정작 가족에게는 제때 밥도 못 차려준다. 야밤에도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 를 받으면 바로 뛰어간다. 최씨는 주말에는 일곱 살 상현(가명·남)이를 데려와 돌본다. 남편과 이별한 상현이 엄마는 주말에도 식당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상현이가 젖먹이일 때부터 안고 다녔다. 주말에 시댁이나 친정집에 갈 때도 상현이를 데리고 다녔다. 동네에선 “(최씨) 남편이 바깥에서 낳아 온 자식”이라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최씨는 개의치 않았다. 최씨는 “남편과 두 아들도 상현이를 이제 ‘친아들, 친동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현이도 “나는 엄마가 둘”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제 여동생은 저에게 ‘언니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불쌍한 아이들을 보면 못 본 척할 수가 없어요.”
서울 송파동에 사는 주부 최선이(오른쪽에서 두번째)씨는 이후로 가락성당 부설 영아보호시설인 해뜨는 집에서 8년째 무보수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키워오고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 이혼한 이민 여성들의 1~2살 짜리 아이들이다.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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