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관문 몸바사, 神들이 모인 1000년 항구도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7-19 오후 4:07:00
여행객에게서 전해들은 케냐 몸바사의 이미지는 참으로 다양하다. ‘도둑과 강도가 판치는 도시’ ‘동
아프리카 최고의 휴양지’ ‘살인적인 더위로 여행이 쉽지 않은 도시’ ‘헤밍웨이가 사랑한 곳’…. 몸
바사에 대한 각기 다른 의견은 떠나기 전부터 여행객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몸바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36도를 오르내리는 혹서와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이 말해 주듯, 너무나
도 습한 기온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 버린다. 이쯤 되면 높은 해발 덕에 선선한 기온을 보
였던 나이로비가 당장 그리워진다.

공항에서 몸바사의 도심으로 나가는 길에는 허름한 판잣집과 나지막한 상점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길을 넓히기 위한 도로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나 도로변에 줄지어 서 있는 번듯
한 광고판이 없었다면 잘못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오후 햇살에 찜통같이 되어버린 자동차 안엔 에어컨조차 없다. 그렇다고 창문을 다 열고 다닐 수도 없
다. 차량 정체와 인파로 비좁은 도로 위에 차가 정지하면 가끔씩 날치기가 극성을 피우기 때문이다. 무
엇이 좋아 일 년에 수십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이곳을 다녀간다는 것일까. 사실 이것은 투정에 불과하
다. 공항에 내려 몸바사 시내까지 들어서는 동안 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이 전부인 터라 갑갑증이 생겼
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그저 창밖을 내다보는 것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몸바사는 동아프리카 연안에서 가장 큰 항구 중의 하나로 예부터 물물교역과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 그
래서 케냐의 관문이라 불린다. 나이로비가 하나의 도시로 자리하면서 발전한 것이 고작 19세기 후반의
일이었다면 몸바사는 이미 12세기부터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아랍인과 페르시아인의 항구 도시로 자리잡은 몸바사엔 1498년 포르투갈이 진출했다. 1729년까지 아랍
과 포르투갈 사이에서 쟁탈의 대상이 되었다가 1823년 말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다. 그러나 역사 속의 모
든 공간이 그러하듯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몸바사의 다양한 문화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그들만의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렀다.

단적인 예로 아랍의 영향을 받아 주민 가운데 무슬림 신자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나이
로비나 그 외의 도시에선 좀처럼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올드타
운(The Old Town)과 포트 지저스(Fort Jesus)다. 몸바사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도심에서 잔뜩 긴장을 한 여행객도 이곳에선 마음을 열고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
을 빨아들여야 한다.

성채를 나와서 모이 애비뉴 방향으로 꺾어지지 말고 해안가로 걸어가면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교차하
는 올드타운이 나온다. 이곳의 창틀과 대문을 살펴보면 다양한 문화의 흔적이 드러난다. 인도식 문양이
선명한 건축물과 아랍 정취가 느껴지는 창틀, 포르투갈 양식의 나무 대문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골목골
목마다 가득하다. 이슬람교의 모스크뿐만 아니라 크리스트교와 힌두교, 시크교 사원들이 밀집해 있어서
마치 ‘사원의 전시장’ 같다.

포트 지저스라는 요새는 명실공히 몸바사 최고의 관광지다. 1593년 포르투갈에 의해 지어져 1631년부터
1875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아홉 차례나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영국 보호령 시대에는 식민지 정부의
형무소로 사용되기도 했고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1960년이 되어서이다. 요새의 변천사를 제대로 알려
면 가이드 안내를 받는 게 좋다. 중국 도자기 등 교역품과 해안 지방의 생활도구를 연대순으로 전시해놓
은 관내의 전시실은 일년 내내 개관한다.

포트 지저스 내부. 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되어 과거 몸바사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요새 내의 박물관이나 허물어져 가는 돌담에서 만나는 옛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요새에서 바라보이는 바
다 풍경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몸바사 안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다. 올드타운과 포트
지저스를 둘러보는 데 소요되는 세 시간 남짓이 지난 후에는 서둘러 몸바사 외곽으로 나서야 한다. 예약
을 해놓은 리조트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에메랄드빛 인도양과 눈부신 모래사
장과 만나면 비로소 휴양지에 도착한 느낌이 든다.

몸바사를 중심으로 동해안을 따라 멀리 북쪽의 라무(Lamu) 섬에서부터 남쪽의 티위 비치(Tiwi Beach)까
지 수많은 고급 리조트가 산재해 있다. 해변에 줄지어 서 있는 열대나무들을 보고 있자면 끈적거리는 동
해안의 무시무시한 습도도 잊게 된다.

짧은 시간 동안 머무는 여행객은 바다에서 무조건 쉬라고 추천하겠지만 며칠의 여유가 있다면 라무와 말
린디를 방문할 것을 권한다. 몸바사에서 북동쪽으로 241㎞ 떨어진 라무는 14세기부터 교역을 해온 항구
도시로 스와힐리 문화(이슬람·아프리카 문화)의 전통이 잘 보전된 곳이다. 흰 회벽에 갈대 잎으로 지붕
을 만든 이곳의 집은 케냐 동해안의 독특함을 말해준다.

그런가 하면 말린디는 라무보다는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몸바사에서 북동쪽으로 100㎞ 떨어진 곳에 있
다. 1498년 4월 포르투갈인이 말린디에 처음 상륙한 후 1512년 포르투갈은 이곳을 동아프리카 해안지방
북부의 근거지로 삼았다. 그러나 1590년 근거지가 몸바사로 옮겨진 뒤로 도시는 쇠락하였다. 또한 19세
기 중기에는 잔지바르의 술탄에 의해 점령되고, 1870년 약 5000명의 노예를 부리는 대규모의 농장이 이
곳을 중심으로 번창했다. 그러다 1930년 이후 내륙의 고원지대에 사는 백인의 휴양지가 되어 몸바사처
럼 번화한 항구로 발전하였다. ▒
/ 오상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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