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총각선생님 미성취 영재반 화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7-16 오후 1:44:00
서울 금호동 달동네에 자리잡은 금옥초등학교. 이 학교 교무실은 밤 늦게까지 불이 늘 환하다. 토요일
과 일요일도 예외가 아니다. 밤 늦도록 학교를 지키는 사람은 6학년 1반 아이들과 담임교사인 김성준씨
(31).
가정 환경이 어렵거나 성적이 낮은 어린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공부하자는 취지로 만든 ‘미성취
영재반’이다.

오후 1시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미성취 영재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학교로 다시 돌아
온다. 다만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는 교실이 아닌 학교 1층의 교무실이다.

아이들은 평소 선생님들이 앉는 교무실 자리에 한칸씩 떨어져 자리를 잡은 뒤 스스로 공부할 책을 펼친
다. 일종의 ‘자율학습’이다. 아이들은 문제를 풀고 채점도 스스로 한다. 아이들이 정답과 해설을 보고
도 문제가 이해되지 않으면 그제서야 김성준 교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학생들이 유난히 성적이 저조했어요. 10~20점대 학생들도 많아서 안되겠다 싶었죠. 6학년 애들
은 이제 중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지금 따라잡지 못하면 학습 결손을 앞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돼
요.”

스스로 노력한 만큼 아이들의 성적은 향상됐다. 미성취 영재반 아이들은 지난 1학기 동안 과목별로 평
균 10~20점씩 올랐다.
부모님이 일 갔다가 늦게 오시기 때문에 집에서는 혼자서 매일 텔레비전만 봤다는 최소희양(12)은 지난
학기 동안 수학성적이 크게 올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양은 “이렇게 책상에 앉아 몇시간씩이나 공부해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교사는 경북 상주 출신. 가정이 넉넉하지 않아 그 흔한 과외 한번 받지 않고 대학에 진학했다. 미성
취 영재반은 4년전 김교사가 금옥초에 부임한 해에 처음으로 꾸렸다.

어려움도 많았다. ‘아프다’ ‘집안 일이 있다’ 등 아이들은 온갖 핑계를 대고 공부하기를 싫어했다.
공부 시간이 돼도 안오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전화를 10번 넘게 하기도 하고, 학생 집으로 직접 찾
아기기도 했다.

‘무슨 초등학생에게 밤늦게까지 공부를 시키느냐’며 반대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김교사
의 열정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김교사는 시간이 늦으면 집 앞까지 아이들을 직접 바래다 줬
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이끌고 전시회, 체험전에 가기도 했다.

금옥초 채봉기 교장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더 드리는 것도 아닌데 김교사가 자발적
으로 한다”며 “후배지만 매우 존경하는 교사”라고 말했다.
교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김씨는 교육의 양극화나 교육에 의한
빈부의 대물림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에요. 아이들이 공부를 안해도 좋아요. 단지 어렸을 때,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열정을 다해 노력해서 성취해내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요.”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이전글 자전거로…도보로… 깊고 길게 즐기자
다음글 성적 하위권인 학생이 버려야 할 고정관념들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 589 우)143-805 / Tel. 02) 456-7850 | Fax. 02) 456-7650 | E-mail. karp@karpkr.org
Copyright(c) 2008 KA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