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 영어 … 하는데 왜 회화는 못하죠 ?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6-20 오후 4:33:00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3만 명을 돌파했다. 대학마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
원, 영어강의 확대를 통한 국제화를 경쟁적으로 시행한 결과다. 유학생 5명이 19일 한자리에 모였다. 한
국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다. 이들은 두 시간 동안 서툰 한국말과 손짓까지 동원하
며 '그들이 본 한국'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사회에 뼈아픈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론은 "그
래도 한국이 좋다"는 것이었다. 한국 유학생(3만2557명, 2006년 기준) 중에는 중국인이 2만여 명(61.7%)
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3700여 명, 11%).미국(1400여 명, 4.5%).베트남(1100여 명, 3.6%)에 이어 대만
(900여 명).몽골(800여 명)이 뒤를 이었다.

◆"유학생에 대한 배려 부족"=유학생들은 "솔직히 유학생활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학점 경쟁은 심한
데 영어 강의는 없고, 외국인을 배려하는 제도도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가 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하는 암
기 위주의 강의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하지만 사제 간, 동료 간 친밀감에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콘스탄틴은 "교환학생은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사람"이라며 다양한 나라에 눈을 돌릴 것을 주문했
다.

▶절버="교수님께 찾아가 '한국말이 서툴러 수업 따라가기가 어려운데 좀 봐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영어로 어렵게 공부한 분이라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여긴 경쟁이 심해 외국 학생을 배려
할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해 야속했다."

▶야쿱="교과과정을 이해하는 게 암기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교수들은 주로 외울 것을 요구한다."

▶테이="한국 대학은 프랑스에서 느끼지 못한 '학교생활에 대한 재미'를 줬다. 교수와 학생 간에 친밀
감.존중감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프랑스엔 없는 MT를 따라갔는데 교수들도 참여해 깜짝 놀랐다."

◆영어 열풍, 실력은 글쎄=한국 대학생의 영어 열풍을 유학생들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
서 볼 때 한국 학생의 영어공부는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외교관을 꿈꾸며 영어.불어에 능통
한 콘스탄틴은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데,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
술(IT) 환경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냈다.

▶테이="외국인에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가져야 말하기 능력이 향상된
다."

▶야쿱="영어만큼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의 언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상대적으
로 관심이 적어 놀랐다."

▶콘스탄틴="발음과 문법이 너무 달라 한국 사람이 하기에 어려운 것 같다. 한국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즐긴다는 인상을 못 받았다. PC방이 진짜 발달해 있다. 요즘 개봉한 영화 '슈렉3'도 인터넷을 통해 불
법 내려받기 해서 봤다."

▶절버="개봉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해 받아볼 만큼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편리한 인터넷 쇼
핑이나 영화 예매는 '그림의 떡'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회원 가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문화, 이건 이해 안 된다"=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은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다. 이방인들에
게 한국은 특이한 문화도 많았다. 출신 국가에 따라 차별대우하는 한국사람들의 습관에 대해서도 불만
이 있었다.

▶콘스탄틴="한국 학생들은 술을 정말 많이 마신다. 교환학생이 아니라 술집 교환학생을 6개월 하면 정
말 한국어가 많이 늘 것 같다."

▶타차폰="중매결혼 관습이 이상했다. 왜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않고 부모님이 정해주는 사람과
만나는지 모르겠다."

▶절버="옷가게에서 주인에게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 유럽 쪽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필리핀.몽골 등 후진
국에서 온 사람들은 돈 없다며 무시한다."

▶아쿱="식당에 혼자 가면 주인 아주머니가 '혼자예요? 정말요?'라고 몇 번씩 물어봐서 어색했다. 극장
도 혼자 가는 것을 이상하게 보더라."

◆"그래도 한국이 좋다"=유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조직폭력배.태권도의 나라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
다. 자신들이 선택한 한국으로 유학 오는 것은 아시아권에 대해 관심이 있고, 중국.일본에 비해 아직 희
소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절버="몽골에서 본 한국 영화에는 조직폭력배가 많이 나왔다. 서울 시내에서 검은 양복 입고 몰려다니
는 조폭들을 흔히 볼 줄 알았다."

▶야쿱="독일의 한국인 중엔 태권도 사범이 많다. 독일에서 배운 태권도 실력 시험해 보려고 '같이 태권
도 할래'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본다. 오히려 '축구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는다."

▶테이="프랑스에서 미술사를 공부했고, 아시아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꿈이다. 한.중.일을 놓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중국.일본에 비해 프랑스에선 흔치 않은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절버="몽골어로 한국은 '솔롱고스', 무지개라는 뜻이다. 몽골 사람들이 검은색 같은 어두운 옷을 많
이 입는 반면 한국에선 여자들이 화려한 색을 많이 입는다. 한복도 정말 예쁘다. 한국은 내게 늘 '무지
개의 나라'로 기억될 거다."

정리=권근영.송지혜 기자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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